출범 1년 '이석준號' 농협금융, 5대 금융중 순익 규모 '꼴찌'… 여전히 버거운 숙제들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이석준 회장이 취임 1년을 맞이한 NH농협금융지주가 지난해 실적이 상승한 성적표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5대 금융지주 중 당기순이익 꼴찌를 기록해 마냥 웃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규모의 충당금 적립, 농업지원사업비 지출 등과 더불어 일부 비은행 부문의 실적 약세가 '꼴찌 탈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작년 합산 순이익은 17조2025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감소했다.
KB금융은 지난해 4조6319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리딩금융을 차지했다. 신한금융은 전년 대비 6.4% 감소한 4조3680억원의 순익을 나타냈다. 하나금융은 순익이 3조4516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감소했다.
우리금융은 전년 대비 19.9% 줄어든 2조5167억원의 순익을 보였다. 농협금융지주는 전년보다 0.2% 소폭 올랐지만 순이익은 2조2343억원에 그쳤다.
◆'관치' 꼬리표 떼기 시급한데… 꼴찌 탈출은 저멀리
외형만 놓고 본다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 중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상승한 곳은 KB금융과 농협금융 단 두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농협금융이 실적상승에도 주요 금융지주 중 순이익 규모가 꼴찌로 마감을 했다는 점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상반기 우리금융을 제치고 반짝 4위권에 올라서기도 했지만, 결국 또다시 꼴찌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농협금융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요인으로는 대규모의 충당금 적립이 거론된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신용손실충담금전입액은 2조1018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68.8%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신용손실충당금은 대출금과 투자금 등에 대한 부실을 대비해 금융사의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립한다.
이와 관련 농협금융 관계자는 "안정적인 미래손실흡수능력을 위해 충당금 적립기준의 보수적 적용, PF충당금 추가적립 등으로 대손충당금적립률은 202.1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만 시각에 따라선 이 같은 대규모의 신용손실충당금 적립은 그동안 농협금융이 리스크 관리에 안일했다는 측면으로 볼 여지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역대급 농업지원사업비 역시 이번 농협금융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농업지원사업비는 무려 4927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9.4% 증가한 수치다.
과거 '명칭사용료'라고 불리던 농협지원사업비는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일종의 분담금이다. 농협금융의 각 계열사는 농업인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영업 수익의 일부분을 매분기 초 농협중앙회에 지출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과도한 농협지원사업비가 수익성을 해쳐 농협금융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농협금융이 농업지원사업비에 배당금까지 더해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금액은 매년 1조원을 상회한다. 지난해 역시 농협금융은 순익에 절반을 상회하는 1조1677억원의 금액을 농협중앙회에 보냈다.
일부 비은행 계열사의 부진한 실적도 농협금융의 순익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NH농협손해보험 등은 지난해 순익이 전년 대비 증가한 반면, 농협생명과 농협캐피탈은 각각 순익이 16.27%, 17.07% 쪼그라들었다.
특히 취임때부터 '관치'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던 이석준 회장은 이번 성적표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벗어나 관치금융의 꼬리표를 떼고 실적으로 증명해야 했던 지난해 성적표가 결국 꼴찌로 마감을 했다는 점은 이석준 회장에겐 뼈아픈 대목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2024년 불확실한 경영여건에 대비해 촘촘하고 선제적인 리스크관리와 내부통제·소비자보호를 강화해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확립하는 한편, 농협금융 본연의 역할인 농업·농촌 지원과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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