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 보상 275억원 쓴 카카오…SK C&C 구상권 청구는 오리무중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카카오가 재작년 10월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 피해 지원 절차를 마무리한 지 약 7개월이 넘은 가운데, SK C&C를 상대로 한 구상권(남의 빚을 갚아준 이가 채무자에게 갚아준 만큼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권리) 청구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으로 사법 리스크가 격화하는 등 계열사까지 확산한 대내외 악재를 해결하는데 경영진 신경이 쏠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선 피해 보상 관련 양사 간 논의나 구상권 검토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아직 SK C&C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았다. 관련해 카카오 관계자는 “단기간에 결정되는 사안이 아닌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는 앞서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보상안을 마련한 뒤, 일차적인 장애 원인 제공자인 SK C&C에 구상권 행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 밝혔다. 양사 모두 소송전보다 상호 협의를 우선하겠다는 태도나, 큰 이변이 없는 한 곧바로 구상권 청구가 이뤄질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었다.
카카오가 작년 6월 말 발표한 이용자 및 비즈니스 파트너 대상 전체 피해 보상 규모는 약 275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카카오 서버가 입주해 있던 데이터센터의 화재에 따른 서비스 중단과 그로 인한 매출 감소, 복구 인력 투입 등까지 고려하면 카카오가 입은 실질적 피해 규모는 더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비슷한 사례를 봤을 때 법정 공방이 본격화하더라도 책임 여부를 가리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4년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에 난 화재로 삼성카드 등 삼성 금융계열사의 전산 서비스 장애가 장시간 지속되는 일이 발생했다. 삼성카드는 고객들에 먼저 보상을 진행한 뒤 삼성SDS에 수백억원대 구상권을 청구했고, 약 200억원을 보상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삼성SDS는 데이터센터 공사와 건물 관리를 했던 에스윈, 삼성중공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성테크 등을 상대로 총 638억6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지난 2023년 대법원이 ‘삼성SDS에 283억8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최종 판결을 하면서 손해배상소송은 9년 만에 매듭지어졌다.
일각에선 당초 예상과 달리, 경영 쇄신에 박차를 가하는 카카오가 경영상 판단으로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을 거란 시각도 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부문 대표 변호사는 “매출이 수조원대인 카카오 그룹 입장에서 200억원 정도는 다른 사업을 하다가 생길 수 있는 손실 수준”이라며 “보통 3년 안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구상권 행사 관련 움직임이 없다는 건 그에 따른 장단점을 고려한 경영상 판단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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