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올해 SW업계 숙원은? ‘해외 진출’

이안나 기자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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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지속 성장하려면 해외 진출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국내 SW업계 취재원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해외진출’이다. 해외진출은 한정된 내수시장에서 필연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다. 하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국산 SW를 꼽으라면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수출 다변화를 당면 과제로 내세운 가운데, 국내 SW기업들이 올해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준비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해외개척에 대해 SW업계가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는 점 자체는 한국 SW 생태계로 봤을때 긍정적인 현상이다.

물론 해외진출 진정성이 어디에 있느냐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알만한 SW 상장기업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의미없는 해외 시장 진출 업무협약(MOU)을 맺는데만 혈안이 왜 있는 상황을 업계는 너무 많이 봐왔다.

하지만 기술력 있는 SW기업 해외진출을 언제나 가능성이 있다. 기업간거래(B2B) 중심이라 일반인들에겐 생소할 수 있지만, 국내엔 SW 경쟁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들이 꽤 많다. 가령 티맥스소프트는 미들웨어 시장에서, 엠로는 공급망관리(SCM) SW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국내 1위 기업이다. 특히 엠로는 국내 SCM 시장에서 해외기업 SAP와 견줬을 때 채택률이 더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경쟁력에 더해 기업 맞춤화 전략에서 강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엠로는 삼성SDS와 함께 북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티맥스소프트는 해외 고객이 회사 클라우드 솔루션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 영림원소프트랩은 일본을 지렛대로 삼아 아시아 시장을 공략한다.

산업 환경 변화 역시 국내 SW 기업들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떠오르는 생성형 AI는 세계적 화두가 됐고 기업들 디지털전환 시기를 바짝 당겼다. 클라우드 환경 확산과 함께 발전하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도 기업 수출 원동력이 되고 있다. 과거 구축형 중심으로 SW를 수출할 땐 엔지니어들이 직접 현지에 가야만 했으나, 이젠 원거리에서도 SW를 판매·설치할 수 있다.

SW분야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해외SW 시장에서 IT서비스와 SW 부문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각각 8.7%, 12.7%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IT지출 중 SW부문은 전년대비 11.5% 성장이 예상된다.

그렇기에 올해는 특히 SW기업들을 위한 정부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간 정부는 IT 수출을 지원하면서도 그 분야가 반도체 등에 치중돼 있었다. 이에 대한 국내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출 성장세를 만들기 위해선 SW 지원이 지지부진한 과거와 같아서는 안된다.

빠르게 확산하는 AI·클라우드 시대를 맞아 시장 선점을 위해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는 건 국내 기업뿐만이 아니다. 최근 열린 CES2024에서도 확인했듯 미국과 중국 기업 역시 행사에 다수 참여해 AI를 접목한 SW를 선보였다. 국내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도 해외에선 고군분투가 필요하고 혼자는 시간 싸움에서 뒤처지고 만다. 업계에선 SaaS 경쟁력을 고도화하면서 정부 정책적 지원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그리고 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 기관과 협단체의 주요 목표가 SW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SW제값받기-SaaS 생태계 정착 등의 정책을 펼치거나 지원해 온 정부와 업계가 이제는 해외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쉽지않은 도전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전통적인 패키지 SW 중심의 해외 진출 공식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성과를 내야 하는 시점이 분명 도래하고 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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