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인싸] 브릿지뮤직 “리듬 퍼포먼스 게임 ‘28’, 실제 악기 연주하는 기분 느껴보세요 ”
이 게임, 이 게임사가 ‘특히’ 궁금하신가요? 여기, 현장 이야기를 들려줄 특별한 이를 모셨습니다. 인물을 통해 게임과 게임사, 신사업에 얽힌 오디세이(대서사)를 들어봤습니다. ‘게임’과 ‘인물’, ‘사전’을 줄인 ‘겜인싸’로 게임과 기업의 A to Z까지 파헤쳐 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2021년 출범한 신생 개발사 브릿지뮤직은 사람과 음악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겠다는 포부를 품고 리듬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지난해 1월부터 개발한 신작 ‘28’을 ‘도쿄게임쇼’와 ‘지스타(G-STAR)’에 출품하며 성공적인 쇼케이스를 치렀다.
브릿지뮤직은 여성 개발자들이 맞손을 잡고 탄생시킨 게임사다. 피아니스트였던 강보영(37) 대표가 음악을 즐겁게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게임으로 눈을 돌린 것이 시작이었다.
지난해 12월29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스튜디오에서 만난 강 대표는 “음악은 누구나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학교에서도 음악을 즐기는 것 보단 외우도록 교육하지 않나. 사회에선 경제적 제약들로 음악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며 “이를 해소하고 음악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는데 그게 게임이었다”고 돌아봤다.
밑그림에만 그쳤던 강 대표의 목표에 색을 입힌 건 수소문 끝에 만난 동료들이었다. 커뮤니티를 통해 공고를 내 어렵사리 안민경(24) 프로젝트 PM, 강경이(22) 그래픽 디자이너를 품에 안았다. 여기에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백선아(30) 사운드 디자이너가 합류해 힘을 보탰다.
브릿지뮤직은 신작 장르를 리듬 게임으로 설정하고 작년 9월부터 개발에 들어갔다. 음악을 전공했던 만큼 자신도 있었지만, 한 명의 리듬 게임 이용자로서 아쉬움을 달랠 작품을 직접 만들고 싶은 마음도 컸던 탓이다. 강 대표는 “‘리듬을 타는 게임인데 왜 시각적인 것에만 집중이 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며 “잠깐 즐기는 게임으로 치부되는 게 아쉬웠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팀 토의 결과 그 한계를 깨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브릿지뮤직은 지난해 9월 ‘디토’라는 리듬 게임을 개발했다가, 올해 초 28 개발로 방향을 선회했다. 브릿지뮤직이 명명한 28의 장르는 리듬 퍼포먼스다. 실제 연주 기법을 게임에 녹여내 이용자가 연주를 하는 듯 자연스레 몸을 흔들며 즐길 수 있는 장르라는 설명이다.
브릿지뮤직에 따르면 28에는 일반적인 형태인 닷(Dot)·롱(Long) 노트 외에 ▲현을 손가락으로 뜯어 연주하는 바이올린의 주법을 흉내 낸 ‘Pizz’ ▲두 음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르게 올리거나 내려서 연주하는 트럼본‧피아노 등의 주법에 해당하는 ‘Gilss’ ▲2도 차이의 음을 빠르게 전환하는 플롯의 주법에 대응하는 ‘Trill’ 등을 고유 노트를 만나볼 수 있다.
또 각 악기의 음(音)을 키 음으로 사용해 노트를 처리할 때마다 실제 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제공하고, 키 음 타이밍을 보컬 멜로디와 맞춰 보컬 매력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브릿지뮤직이 28의 출시 플랫폼을 닌텐도 스위치로 선택하고, PC에선 게임 패드 조작만을 제공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백 사운드 디자이너는 “콘솔이 손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악기 연주와 유사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피아노의 페달이나 현악기의 다양한 주법 등을 실제 콘솔로 구현하려다 보니 현실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더라. 가장 유사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노트들을 오랜 기간 추려서 현재까지 4가지 노트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례로 패드의 트리거 버튼을 누르면 플롯의 키를 누를 때와 느낌이 비슷하다. 최대한 실제 악기를 연주할 때의 느낌을 잘 살리는 데 집중했다.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악기를 다뤄본 사람들에게 실제 악기를 연주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현재 PC 버전에서 키보드 조작이 제공되지 않는데 조금씩 준비해야 한다. 모바일로 만들면 좋겠다는 요청도 있어서, 모바일 버전은 어떻게 느낌을 살릴지 고민 중이다”라고 부연했다.
28의 또 다른 차별화 지점은 노트 형태다. 기존 리듬 게임들은 일자로 노트가 떨어지는 반면, 28은 사각형과 육각형 형태를 띠고 있어 박자감과 리듬감을 보다 느낄 수 있는 구조다.
백 디자이너는 “위에서 떨어지는 방식은 박자감을 느끼기 쉽지 않다. 사각형은 2박자, 육각형은 3박자 계통이다. 도형을 한 바퀴 돌면 한 마디라, 박자가 체감이 된다. 그루브감이 생기고 리듬감이 생긴다. 편하게 음악을 들으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스토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점도 28만의 매력 포인트다. 고교 시절 음악부였던 인물 5인이 28세가 되어 재회해 다시 음악을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메인 플롯이다. 노트 뒤편으로 이들의 사연이 뮤직비디오처럼 펼쳐져 이용자가 음악과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리듬감과 집중도를 해하지 않도록, 게임이 끝난 후 스토리를 따로 볼 수 있는 시스템도 제공한다.
강 대표는 28의 스토리가 브릿지뮤직 멤버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5인의 외형도 멤버들의 외형을 본 딴 것이다.
강 대표는 “우리의 실제 이야기를 시나리오 작가님이 게임에 맞게 적절히 각색했다. 내 캐릭터를 보면 ‘극 E’인 내가 잘 표현돼 있다”라면서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힘은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깊이는 다르지만 누구나 고민을 갖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저마다 다르다. 우리 이야기를 통해 게이머들을 격려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8의 수록곡이 전부 오리지널 트랙인 것도 이러한 스토리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안 PM은 “스토리에 맞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감정을 포인트로 삼은 만큼 우리가 만들어야 더 강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곡을 가져오면 유명세가 있고 접근성도 분명 높일 수 있겠지만 스토리와 맞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곡 자체에 자신감도 있었다. 테스트를 여럿 거쳐 음악을 만들었다. 음원을 따로 발매하라는 얘기도 들었다”며 “보컬 역시 캐릭터에 맞는 목소리를 수소문해 찾았다. 같이 우리의 진심을 나누고 몰입할 수 있는 분을 찾았다”고 말했다.
브릿지뮤직은 앞서 도쿄게임쇼와 지스타에 연달아 28을 출품했다. 영세한 신생 개발사가 대규모 게임 전시회에 부스를 내는 건 부담이 적지 않은 일이다.
강 대표는 “전시회에 나가는 건 내부적으로도 중요한 일이었다. 나는 우리가 잘 해나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지만, 개발자분들은 물음표를 띄우고 있을 수 있다. 지금까지 만들어 온 것들을 피드백 받길 원했고 확신을 드리고 싶었다”면서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았다. 좋은 경험이었다. 들어간 비용을 충분히 환산할 가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내 이용자와 처음으로 만난 지스타에서의 경험이 각별했다고 전했다. 지스타 개막일 당시 가장 먼저 전시관에 출입한 한 관람객이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기대되는 게임사로 브릿지뮤직을 꼽은 것이 일례다.
강 대표는 “알고 보니 그분이 4년째 지스타 1호 관람객이라고 하시더라. 리듬 게임을 좋아하시는데, 홍보 책자에서 게임을 보고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시연에서 별 3개를 받으면 직접 제작한 후드티를 증정해 드렸는데, 첫 번째로 후드티를 받아가셨다”며 웃었다.
그는 “리듬 게임 마니아보다는 신규 이용자를 타깃으로 했는데, 시연장에서 마니아분들이 매우 즐겁게 즐기셨다. 3시간씩 앉아 플레이하셨다. 도형 시스템이 특이해서 진입 장벽이 있는 편이지만, 도리어 마니아들의 기대 등을 충분히 채워주는 요소가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안 PM은 “일반 대중들도 무척 좋아했다. 어느 날엔 변호사 분이 오셨는데, 지스타 내 수많은 게임들 중 할 수 있는 게임이 우리 것 밖에 없다고 하시더라. 3일 내내 오셔서 플레이하고 끝내 후드티도 따가셨다. 그런 분들이 꽤 됐다. 여성분들도 많았다. 게임을 잘 즐겨하지 않았던 분들도 음악을 좋아한다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확신한다”고 부연했다.
강 대표는 “‘오랜만에 재미있는 게임을 찾았다’, ‘게임 잘 만들어 달라’ 등 블로그를 찾아 댓글을 적는 분들도 있었다. 상품성을 떠나, 게임에 대한 우리의 진심이 이용자들에게까지 전달이 됐다고 느꼈다.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용자들에게서 얻은 피드백도 전시회 참가의 수확이다. 안 PM은 “마니아분들은 판정 범위에 대한 피드백을 주셨다. 대중 타겟이어서 판정을 여유롭게 잡았는데, 다른 리듬 게임을 사례로 들면서 조언을 주시더라. 최대한 다양한 이용자가 즐길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맛을 부각하기 위해 패드 진동 도입도 고려 중이다. 안 PM은 “음악을 액티브하게 연주하는 게임이니 진동이 플러스 요인이 될 거라는 피드백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브릿지뮤직은 28을 내년 8월 출시할 예정이다. 스팀(Steam) 등 PC로 선출시하고 닌텐도 스위치 등 콘솔 플랫폼에 게임을 공개할 참이다. 출시 시점에는 15개 스테이지가 공개된다. 추후 DLC(추가 콘텐츠) 판매 등으로 게임 볼륨을 높일 계획이다.
끝으로 강 대표는 “음악이 핵심이기 때문에 우리가 만드는 게임 콘텐츠 음악들이 전부 좋았으면 좋겠다. 어떤 콘텐츠든 가치나 감정 전달을 소홀히 하지 않는 개발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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