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규제 강화에 게임업계 직격탄… 서구권 진출 가속화되나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힘겨운 겨울나기로 움츠러든 국내 게임업계가 중국발 외풍에 몸을 잔뜩 말았다. 중국 정부가 온라인 게임의 과도한 과금, 강제 전투 설계 등을 규제하는 내용의 규제안을 발표해서다. 특히, 대륙 진출 꿈에 부풀었던 게임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22일 중국 국가신문출판국은 ‘온라인게임 관리 방법’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에는 게임의 수익 모델과 내용 등을 폭넓게 규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그간 대내외 상황에 따라 게임 규제와 완화를 반복해 왔다. 그러나 이번 규제 방안은 게임사 수익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대거 담겨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게임사는 일일 로그인, 최초 충전, 연속 충전과 같은 과금을 유도해서는 안 되며, 경매 등의 형태로 가상 아이템 고가 거래를 묵인해서도 안 된다. 또한 온라인 게임 사용자별 충전 한도를 설정해 서비스 약관에 표시해야 하고, 사용자의 비합리적인 소비 행동이 감지될 경우 팝업 등을 통해 경고 조치를 해야 한다.
규제안 발표 후 중국 게임업계는 크게 동요했다. 중국 대표 인터넷 기업 텐센트 주가는 홍콩에서 10% 이상 하락했고, 넷이즈 역시 20% 이상 급락세를 나타냈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은 현지 게임업계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 조치가 실행되면 기업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고가의 아이템 금지 거래조치가 실행되면 부정적”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시장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내 게임업계도 파장을 피하지 못했다. 국내 게임사 대부분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해외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규제안 발표 후 국내 게임주는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중국에서 선전 중인 크래프톤은 전일 대비 13.77%, 중국에서 신작 서비스를 앞둔 데브시스터즈와 위메이드는 각각 14.88%, 13.34% 급락했다. 컴투스홀딩스(12.49%), 액토즈소프트(10.12%) 등도 약세를 보였다.
게임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판호(허가증) 발급 재개 본격화로 대중국 전략의 노를 재차 저으려던 참이었는데, 예상 밖 암초의 등장으로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판호가 그랬듯, 이전의 중국 규제안은 가이드가 구체적이지 않았는데 이번엔 매출 관련 부분을 조목조목 짚었다.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시장은 종잡을 수 없다. 이번에 나온 초안도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면서 “중국 정책은 정치적 상황과 연관된 경우가 많다. 대내외 상황을 주시하면서 사태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게임업계의 서구권 시장 진출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시장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지난 몇 년간 국내 게임업계는 중동과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려왔다. 최근엔 넥슨과 네오위즈 등 서구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게임사도 속속 등장 중이다.
중국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은 게임 산업 뿐 아니라 당국 방향성에 어긋나는 산업들을 자주 규제해 왔다. 이를 대비해 중국 내 주요 게임사들은 이전부터 퍼블리싱 등에 집중해 해외에서 몸집을 불러왔다”며 “이번 규제안이 실직적 매출에 영향이 있을 거라 주가가 폭락했지만, 해외서 몸집을 불려 온 게임사는 타격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내년 1월22일까지 업계 및 이용자들의 의견을 받아 최종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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