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김상현 포함 3인 대표체제 유지…이커머스엔 새 수장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비(非) 롯데맨’으로 구성된 롯데쇼핑 3인 각자 대표체제가 내년 그대로 유지된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 모두 올해 정기임원인사에서 유임에 성공했다. 다만 롯데온을 운영하는 이커머스 사업부 수장은 새 인물로 채워졌다.
6일 롯데그룹은 롯데지주 포함 38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각사별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주요 경영진이 대폭 교체된 가운데 백화점, 마트·슈퍼, 이커머스로 구성된 롯데쇼핑에선 ‘안정’을 택하며 소폭 변화가 이뤄졌다.
김상현 롯데쇼핑 총괄대표 부회장과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는 유입했고, 정준호 롯데백화점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 측은 정 사장 승진 배경에 대해 “외부에서 영입된 패션 상품기획(MD) 전문가로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에도 롯데백화점만의 프리미엄 전략으로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김상현 부회장은 처음 ‘순혈주의’를 깨고 2021년 롯데 유통 부문 총괄로 영입됐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사장 역시 외부에서 영입한 ‘非 롯데맨’이다. 쇄신을 위해 신동빈 회장이 직접 P&G 출신 김 부회장과 신세계 출신 정준호 사장을 영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현 마트·슈퍼 대표도 외부에서 경력을 쌓다 롯데에 합류한지 10년 만에 주력 계열사 대표자리에 올랐다.
김 부회장 포함 3인 대표 체제하에 롯데쇼핑은 체질개선에 집중했고, 최근 그 성과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은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매출 3조원대를 회복했고, 마트는 슈퍼와 통합 작업을 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실적만 보면 전반적인 시장 침체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우선은 ‘쇄신’보다 ‘안정’을 택한 셈이다.
다만 롯데쇼핑에서 이커머스 부문을 맡고 있던 나영호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 출신이던 나 대표는 2021년 4월 롯데온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2년이 넘는 기간 손실 규모를 줄이고, 최근 가수 이효리를 광고모델로 내세워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시동을 거는 듯했으나 실적 부진이라는 평가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이커머스 부문인 롯데온 새 수장엔 박익진 부사장인 내정됐다.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미국 MIT 물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한국시티은행 카드사업본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쳐 2012년 현대카드 캐피탈 전략 담당 전무, 2014년 ING생명 마케팅 부사장, 2019년 MBK 롯데카드 마케팅 디지털 부사장을 지냈다.
2021년부터 사모펀드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글로벌 오퍼레이션그룹 총괄헤드로 일하며 전문성을 쌓았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경험은 없어 다소 의외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박 부사장은 롯데온 흑자전환 목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롯데 측은 “커머스플랫폼 기업 관리 및 마케팅, 상품, 신사업 등 다방면 컨설팅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 이커머스 턴어라운드와 오카도 시스템과 시너지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상현 부회장 포함 3인 대표 체제와 새로운 외부수혈로 전문가를 영입한 롯데쇼핑은 지난 9월 발표했던 ‘고객 첫 번째 쇼핑 목적지’ 목표 실현을 위해 힘을 모을 전망이다. 당시 김 부회장은 ‘CEO IR DAY’에서 중장기 실적 목표와 6대 전략을 발표했다.
롯데쇼핑은 2026년까지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목표로 내걸었다. 핵심상권 마켓 리더십을 구축하고 이커머스 사업은 오카도와 협업으로 신선식품 영역을 확장한다. 이외에도 부진한 사업부 턴어라운드, 동남아 비즈니스 확장, 리테일 테크전문 기업 등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롯데는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임원인사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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