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퇴임 앞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마지막 등판에 거는 기대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괜히 나서서 잘못 말했다간 후폭풍이 어마 어마 했겠죠."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말을 아꼈던 은행 준법감시인들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감에 소환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BNK경남·DGB대구은행 준법감시인들은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미흡한 내부통제로 횡령 등의 불법적인 사고가 은행권에서 끊이지 않자 줄줄이 준법감시인들이 증인으로 불려나오게 된 것이다.
이날 준법감시인들을 불러낸 정무위원회 국회의원들 조차도 형식적인 질의에 그쳤다.
그렇다 보니 준법감시인들 역시 죄송하다는 말 외엔 이미 대외에 공개된 뻔한 말들만 짧막하게 내뱉을 뿐이었다.
이에 백혜련 정무위원장도 "준법감시인들이 확신이 없으니까 질문이 없었던 것 같다"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미 예견 된 결과나 다름이 없었다.
이슈에 비해 중량감이 낮은 준법감시인들을 '보여주기식'으로 불러세우니 질문자도 답변자도 할 말 없는 '맹탕 국감'에 맹물만 한 바가지 더 부은 꼴이었다.
당초엔 금융지주회장들, 하다못해 은행장들이라도 국감에 나와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오는 27일 열리는 종합감사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출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선 국감 출석이 예고된 금융지주 회장은 윤 회장이 유일하다.
그만큼 윤 회장이 국감에 출석하는 배경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추측과 억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 차치하고서도 일단 리딩금융의 수장이 국감에 출석한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윤 회장은 9년동안 KB금융그룹 회장직을 맡으면서 KB금융을 리딩금융의 반열에 올려놓은 장본인이으로서 세간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윤 회장은 내달 퇴임을 앞두고 있어 소신발언을 서슴치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앞서 CEO 기자간담회에서도 회장 임기 등과 관련해 금융당국을 향한 소신발언을 내뱉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이번 국감에서도 중량감이 낮았던 준법감시인들과 달리 '알맹이' 있는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갈 것이란 전망과 기대가 함께 나오는 중이다.
실제 KB금융은 최근 주요 계열사인 국민은행 직원들이 고객사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27억원 규모의 매매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내부통제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던 상황이다.
앞서 금감원도 국민은행에 '고의적인 계좌 미신고 및 매매명세 미보고 행위'를 적발할 수 있도록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물론 이번 종합감사에 또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이 출석할 여지는 남아있다. 하지만 종합감사는 금융권 감사의 실질적인 마지막 일정으로 대미를 장식할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만큼, 리딩금융 타이틀을 달고 있는 금융권 '맏형'으로서 윤 회장을 대신할 인물은 없을 것이다.
KB금융의 암흑기였던 2014년 'KB내분사태' 후폭풍을 진화시키고 탄탄한 지배구조의 기반을 다져 놓아 주목을 받았던 윤 회장이, '맹탕 국감'의 막판 알맹이 있는 흥행 요소가 될 것인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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