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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변재일 의원 “비싼 통신비 주범은 ‘단말기’…‘디지털비용’ 재정립해야”

권하영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의원은 최근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존 ‘가계통신비’ 개념을 ‘가계디지털비’로 전면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변재일 의원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의원은 최근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존 ‘가계통신비’ 개념을 ‘가계디지털비’로 전면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변재일 의원실]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고물가 시대 국민이 체감하는 ‘가계통신비’ 부담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통신비 절감 대책을 내놓고는 있다지만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경감 효과를 위해, 지금과는 다른 접근의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국회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존 ‘가계통신비’ 개념을 ‘가계디지털비’로 재정립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보통신부 차관 출신인 변 의원은 과방위 내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변 의원이 ‘가계디지털비’를 강조하는 것은 기존 ‘가계통신비’가 가진 개념적 한계 때문이다. 현재 통계청이 집계하는 ‘가계통신비’는 ‘통신서비스’와 ‘통신장비’ 지출비용을 합한 것인데, 아무래도 ‘장비’(단말기)보다는 ‘통신’(요금)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유료 멤버십 등 구독형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지출비용은 소비자 인식과 달리 ‘가계통신비’ 범주에서 아예 제외돼 있는 점도 문제다.

변 의원은 “통계청 통계는 모름지기 국민의 소비 생활을 잘 반영해 정책 수립을 위한 기본 자료가 돼야 하는데, 지금의 통계는 지나치게 구시대적”이라며 “전체 ‘디지털비용’ 중 ‘통신서비스’ 비중은 줄었으나 ‘디지털기기 및 디지털콘텐츠’ 비중이 증가 추세인 점을 고려하면, 이제는 후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통계청 통계는 국민 체감과 괴리가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가계통신비(통신서비스+통신장비)는 2013년 15만3000원에서 2022년 12만8000원으로 지난 10년간 16% 하락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물가가 16% 상승한 것과 상반된다.

자세히 보면, 가계통신비 중 ‘통신서비스’ 지출은 14만3000원에서 9만9000원으로 30.8% 감소했지만 ‘통신장비’ 지출은 9000원에서 2만9000원으로 322.2%나 급증했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들이 사실상 가계통신비 한축으로 인식하는 구독서비스 등 ‘디지털콘텐츠’도 2011년 대비 비용이 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의원은 최근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존 ‘가계통신비’ 개념을 ‘가계디지털비’로 전면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변재일 의원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의원은 최근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존 ‘가계통신비’ 개념을 ‘가계디지털비’로 전면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변재일 의원실]

이러한 이유로 변 의원은 최근 우리나라의 가계통신비 상승 주범으로 “첫째는 ‘단말’, 둘째는 ‘디지털콘텐츠’”를 지목한다. 그는 “이미 우리 세상은 ‘디지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통신’은 디지털을 구현하게 하는 하나의 수단인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데 계속 ‘통신’이라는 좁은 울타리로만 생각하니 이미 일상화·보편화가 돼 있는 디지털기기나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소비를 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결국 정부가 가계통신비 경감 대책을 추진하면서도 통신사들에 대한 요금 인하 압박 외에는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변 의원은 “입체적이고 객관적 분석을 수반하지 않은 섣부른 ‘통신 요금인하’는 오히려 민간의 활력을 저해하고 6G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를 위축할 것”이라 우려한다.

특히 변 의원은 “가계통신비에 대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통신요금과 단말기값을 분리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실질적 부담 완화 측면에서는 다소 한계가 있다”며 “급증하는 가계의 단말 지출 증가 등을 고려하면 외산 단말 도입이나 중저가 단말의 보급 활성화와 같은 더욱 근원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변 의원은 “이미 국민 생활은 단순한 유무선 통신 이용에 그치는 게 아닌 다양한 디지털기기로 다양한 디지털소비를 영위하는 ‘디지털 라이프’로 변화됐고, 이런 현실을 반영해 가계통신비의 개념과 외연을 ‘가계디지털비’로 전면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통신 정책도 같은 차원에서 재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변 의원은 “예를 들어 통신서비스 요금에 국한된 현행 요금감면 제도는 플랫폼과 콘텐츠, 단말 등 가계 디지털비용 전체를 아우르는 디지털비용 케어(Care) 제도로 개편할 것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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