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가 미국에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권 대표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9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테라와 루나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 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SEC가 이번에 권 대표를 기소하면서 루나를 증권으로 판단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테라USD(UST))·루나 발행사 테라폼랩스와 권 대표를 사기 혐의로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기소했다.

권 대표는 약 40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51조7000억원 규모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SEC은 권 대표가 무기명증권을 판매했다고 보고 있다. 또 테라가 미국 달러와 1대1로 교환되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점을 내세운 점이 투자자 혼란을 야기했다고 판단했다. 권 대표는 그동안 루나가 증권이 아니고, 따라서 불법행위 역시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그동안 테라와 루나의 증권성 입증에 주력해 온 국내 검찰 수사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검찰은 주식과 달리 가상자산에는 자본시장법이 적용될 수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어왔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에서 루나 증권성을 인정하는 선례가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근거가 생겼다.

검찰은 권 대표 송환을 위해 지난해 9월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이달 초 세르비아로 가 현지 수사당국에 직접 협조를 구한 바 있다. 권 대표는 테라 사태 이후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현재 세르비아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한국 검찰 요청으로 권 대표에 대한 적색수배 명령을 내렸고, 한국 정부 역시 그를 추적 중이다.

도주 과정에서 권 대표는 비트코인(BTC) 1만개 이상을 빼돌려 현금화하고 스위스 은행에 예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 시세 2만4000달러 기준, 한화로 환산하면 3120억원 수준이다. 권 대표는 지난해 5월부터 주기적으로 콜드월렛에서 BTC를 빼내 스위스 은행을 통해 현금화했다. 이 중 일부는 법정화폐로 인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