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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in生] 늙고 외로울수록 병에 잘걸려... IT의 역할은 무엇일까

신제인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어쩐지 아직도 흑백으로 봐야 더 자연스러울 것 같은 나라 쿠바.

이 나라를 배경으로 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대표작 '노인과 바다'(1952년)는 한 노인이 거대한 청새치를 잡고 돌아오기까지 84일간의 사투가 담담하게 그려진 독백이다.

청새치는 노인에겐 목숨을 걸만큼 공포와 꿈, 희망이 뒤섞인 존재다.

물론 노인의 배가 막상 항구로 돌아왔을때 청새치는 상어떼에 뜯겨 앙상한 뼈밖에 남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노인에겐, 비록 아무도 알아주지않을지언정,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화려한 서사의 마무리였다.

누구나 그렇듯 사람들은 이 노인처럼 저마다의 서사를 담은 인생을 향후 뚜벅 뚜벅 걸어가고 있다.
누가 알아주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또 그것이 꼭 헤피엔딩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어쩌면 현실은 소설보다 더 끔찍할 수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사회는 어쩌면 '고독'이라는 또 다른 괴물과 싸워야한다.
재 국내에서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중 차지하는 비율 41%에 달한다.

'1인 가구'말 자체가 생경하게 느껴졌던 20~30년전과 비교하면 매우 급격한 변화다. 현재 1인 가구의 대부분은 30대 이하 젊은 연령이 차지하고 있다. 다만 통계청은 머지않아 혼자 사는 사람의 절반이 65세 이상 고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도 그럴 것이 3년 뒤인 2025년에는 우리나라 사람들 중 20.6%가 65세 이상 고령자가 되기때문이다. 국민 5명 중 1명이 고령자인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고 있다.

초고령 사회가 맞이해야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회적 문제들은 적지않다. 국가의 인구 구성이 바뀌는 것은 실제로 무수히 많은 분야에서 후폭풍을 미치게된다. 부동산 가격은 물론 최근 논의되고 있는 연금개혁, 의료보험 정책 등도 인구 구성비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 이슈다.

이처럼 초고령 사회의 대책들이 본격 강구되고 있는 오늘날 최근 그 논의의 필요성을 더욱 실감케 하는 연구가 등장했다.

◆ “노인의 만성적 외로움, 신체 노화 부추긴다”

김준호 교수의 연구 논문 갈무리. (사진=The Journals of Gerontology)

김진호 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노인의 만성적 외로움이 신체적 노화의 지표 중 하나인 악력을 약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외로움이 단순히 정신건강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신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10년 이상 악력 약화를 경험해 외로움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고용정보원 고령화연구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65세 이상 노인 2570명을 대상으로 1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다. 노인학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에 게재되며 노인 문제에 대한 경감심을 불러일으켰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와 관련해 “한국 노인은 약해진 가족 기반과 사회적 관계망으로 인해 고독에 따른 신체 건강 악화에 더 취약하다는 점에서 이를 고려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첨언하기도 했다.

◆ 극단적 선택 노인 매년 3000명 이상...노인소외 ‘심각’

실제로 언론에서 고독사 소식을 심심찮게 접하는 만큼 노인 소외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가 노인 자살률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한 해에만 국내 65세 이상 노인 3392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60대 33.7명(10만명당) ▲70대 46.2명 ▲80세 이상 67.4명으로, 이는 OECD평균인 60대 15.2명, 70대 16.4명, 80세 이상 21.5명보다 2배 이상씩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물론 노인의 극단적 선택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가족구조 변화, 은퇴 후 사회적 역할 축소 및 상실, 배우자 사망 등으로 인한 고립감과 외로움이 노인의 우울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기술이 대안될 수 있나? Yes! 그러나 진짜 중요한 건...

이에 인공지능과 ICT 기술을 접목한 비대면 돌봄이 노인 고독 문제의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로 벨기에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돌봄 로봇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돌봄 로봇이 갖고 있는 인지 훈련, 신체 활동, 오락 등을 통해 성취감 등 동기 부여를 얻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국내에서도 장애인과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를 접목한 돌봄 로봇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로봇 활용 정서 돌봄 서비스'에 활용되는 알파미니 (사진=서울디지털재단)

지난해 7월부터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디지털재단은 ‘로봇 활용 정서 돌봄(케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때 활용되는 인공지능(AI)로봇 ‘알파미니’는 어르신과 일상 대화를 나누는 것 이외에도 ▲약 복용 알림 ▲건강체조 ▲노래 부르기 ▲자서전쓰기 ▲편지쓰기 ▲치매예방 게임 등 다양한 활동적인 기능들을 탑재했다.

시범 운영을 체험했던 한 어르신은 당시 재단을 통해 “평소 거동이 어려워 사람들과의 만남을 꺼렸지만 로봇에게는 편안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다”라며, “(로봇과의 대화를 계기로) 밖으로 나설 용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다만 어디까지나 기술은 보조 수단에 불과하다. 소외된 이웃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자중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자체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응급안전안심서비스’등을 시행하고는 있지만 장비의 부실 운영이 보고되는 등 유명무실한 상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때 “정부는 새로운 정책만큼 가까운 정책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이다.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이미 마련된 시설과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보완 운영하며 접근성을 확대해 나가는 것에도 소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신제인
ja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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