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에서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항소심의 4차 변론이 진행됐다.

지난 변론에선 넷플릭스가 2016년 미국 시애틀에서 인터넷연동서비스(IXP)를 통해 SK브로드밴드의 망과 간접 연결할 당시 SK브로드밴드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 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몰랐다"고 주장한 반면, 넷플릭스는 "모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넷플릭스는 이날도 시애틀에서 IXP를 통해 연결할 당시 SK브로드밴드가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SK브로드밴드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했다며, 이는 연결에 대해 상호 무정산하기로 암묵적인 합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그 근거로 SK브로드밴드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메일은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론칭하던 때인, 2016년 1월 SK브로드밴드와 주고받은 것이다.

넷플릭스 측 법률대리인은 “넷플릭스가 2016년 1월 초 국내에서 서비스를 론칭할 것이라는 사실을 피고는 알고 있었다”라며 “넷플릭스는 1월19일 SK브로드밴드에 이메일을 보내 한국이 주요시장이 됐다는 점을 알렸다”고 말했다.

또 넷플릭스는 2018년 시애틀에서 도쿄로 연결지점을 바꾼 뒤 SK브로드밴드와 주고받은 이메일도 공개하면서 당시 망사용료에 대한 요구는 없었다고 넷플릭스 측은 강조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시애틀에서의 연결사실을 몰랐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2016년 1월 넷플릭스와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국내에서 서비스를 론칭한다”고 적혔을 뿐, “시애틀의 SK브로드밴드 망을 통해 론칭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또 묵시적 합의도 하나의 계약으로, 이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2018년 도쿄로 연결지점을 바꿀 당시 망사용료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협의를 유보한 것일 뿐이다”는 기존의 주장을 다시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 측 법률대리인은 “IXP의 퍼블릭망을 통해 들러온 콘텐츠의 품질은 좋을 수가 없었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 역시 컸다”라며 “SK브로드밴드도, 넷플릭스도 이 사안에 대해 심각하게 여겨 이용자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2018년 도쿄에서 직접연결했다. 망사용료 논의를 잠시 미뤄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연결방식에 따른 망사용료 지급여부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이 엇갈렸다. 넷플릭스 측은 “피어링(peering·동등접속)은 무정산이 원칙”이라고 주장한 반면, SK브로드밴드 측은 “트랜짓이든 피어링이든 접속방식에 무관하게 CP는 ISP로부터 인터넷접속서비스를 구매해야하므로 유상”이라고 반박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이 기존의 주장과 모순된다고도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는 피어링을 퍼블릭피어링과 프라이빗피어링으로 각각 구분해 프라이빗피어링에 한해서만 ‘유상’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이는 “기본적으로 망은 유상”이라는 기존 주장을 바꿨다는 주장이다.

넷플릭스 측 법률대리인은 “피고는 시애틀에서는 퍼블릭피어링으로 연결해 돈을 지급할 필요가 없는 반면, 도쿄는 프라이빗피어링으로 연결해 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한다”라며 “모든 망은 유상이라고 말하던 피고는 이젠 프라이빗피어링에 한해서만 유상이라고 말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무정산 피어링이 글로벌 관행이다”는 넷플릭스 측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를 근거로 “무정산 피어링 계약을 하는 경우에도 나중에 트래픽이 과도해지면 정산 피어링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측 법률대리인은 “2016년 2월 넷플릭스와 인터넷 접속서비스 외 인터넷TV(IPTV) 제휴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무상 피어링은 안 된다’고 넷플릭스에 말했다”며 “이에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계약이 깨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다음 변론기일은 8월24일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