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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라이더 고용보험 반년…근로복지공단 ‘시스템 미비’ 여전

이안나
- 라이더 고용보험 6개월…공단 측 시스템 미비로 지원금 지급 연기
- 공단 “시스템 구축, 속도보다 안정성” vs 업계 “인력·비용 투입에 민원처리까지 과부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배달 라이더가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된 지 반년이 돼가고 있지만, 근로복지공단이 현재 운영되고 있는 토탈 시스템은 여전히 미완성 상태다. 지역배달대행 업체 대신 고용보험 신고·납부하는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지원금도 무기한 연기됐다. 공단이 제대로 된 준비없이 급박하게 라이더 고용보험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공단 및 업계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14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에 보험사무지원금 연기 안내 이메일을 보냈다.

공단 측은 “2022년 6월17일부터 1분기 노무제공플랫폼사업자 보험사무지원금 신청을 개시하고 22일부터 지급처리를 위해 시스템 구축을 추진해왔으나, 전산 개발 및 지원금 산정자료 검수 등을 위해 다소 일정이 지연됨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는 대로 일정을 다시 안내할 예정이며, 긴급 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등 시스템 오픈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다시 한 번 양해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올해 1월부터 월 80만원 이상 수입 발생하는 배달 라이더가 고용보험 의무 가입자에 포함된 후, 배달 플랫폼사들은 라이더 및 사업주 소득 신고·납부를 대신 해왔다. 이들은 배달 라이더를 직접 고용하는 사업주는 아니지만 신고·납부 효율화를 위해 수많은 지역배달대행사 대신 인력을 투입해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역시 이점을 인지하고 라이더 고용보험 도입 당시 ‘플랫폼사업자 보험사무지원’을 제시했다. 플랫폼사들이 고용보험 관련 의무를 이행한 경우 실적에 비례해 지원금을 주기로 한 것.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이 기한내 피보험자 관리 신고를 하면 각 1건당 1000원, 월 고용보험료를 기한 내 납부한 경우 노무제공자 1인당 2000원 등이 그 내용이다. 분기당 지급될 수 있는 보험사무 지원금 상한액은 5600만원이다.

다만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은 공단 약속과는 다르게 2분기가 끝나가는 현 시점에도 지난 1분기 지원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고용산재토탈서비스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공단이 오는 6월까지 완성하겠다고 한 API 연동에 관한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애초 계획은 각 플랫폼사 정산 시스템과 공단 시스템을 연동해 회사가 경비 계산을 하면 공단 시스템에 연동되는 구상이었다. 이 경우 공단은 각 플랫폼사가 입력한 경비 계산 금액에 맞는 고용 보험료를 부과하면 된다.

하지만 이같은 연동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현 상황에선 플랫폼사들이 엑셀에 라이더 소득 정보 등을 수기로 입력을 해 공단 사이트에 업로드 한다. 편리한 고용보험 신고·납부 과정을 위해 자체 정산시스템도 서둘러 구축했지만 공단 측은 이를 완성하지 못했다.

공단이 언급한 시스템 개발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플랫폼사들이 더 많은 비용과 리소스를 투입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보완해 줄 지원금 지급마저 무기한 연기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API 연동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수월할텐데 현재 엑셀 작업 등 상당 리소스가 투입돼 부하가 걸린 상태”라며 “시스템 연동에 앞서 현재 구축한 시스템도 활성화가 안된 부분이 많아 여러 문제점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고용산재토탈서비스 사이트에서 지원금 신청을 하라고 했는데 그 사이트 개발이 덜 완성돼 신청 못하는 상황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매달 고용보험 신고·납부를 하는데 혼란을 겪고 있는 업계 분위기와 달리 공단 측은 속도보다 안정성을 강조했다. 공단 측은 “API 연동은 자체 개발·변경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로 명확한 완료 시점은 답변하기 힘들다”며 “단기간에 개발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토탈서비스 사이트에서 불편한 점을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데, 현재 불편사항 등 접수되는 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 말하는 상황은 정반대다. 가령 플랫폼사에서 라이더 고용보험 신고를 할 경우, 취득 또는 상실 신고가 반려되는 경우가 있는데 시스템 미비로 인해 자세한 사유를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누락 건수가 발생할 수 있어 ‘누락된 노무제공자 조회’ 버튼을 눌러봐도 활성화되지 않고, ‘근로자 고용정보 현황 조회’ 버튼 역시 비활성화 상태다.

배달대행 업계 관계자는 “라이더 본인이 고용보험 취득 또는 상실 내역 등에 대해 알고 싶어 근로복지공단 특고센터에 문의하면, 플랫폼사에 문의해보라고 안내한다”며 “이로 인해 플랫폼사가 해당 민원 업무마저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대행 업계는 고용보험 적용으로 인한 라이더 이탈과 신고·납부 처리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 이중고를 함께 겪고 있다. 라이더 고용보험이 시행된지 6개월이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도 혼란이 지속되다 보니, 일각에선 근로복지공단이 ‘전국민고용보험’ 추진 목표 달성을 위해 준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라이더 의무가입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공단 측은 배달 라이더 고용보험 도입을 서두른 이유에 대해 “코로나19로 배달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는데 이 현상이 없어지면 라이더 일자리 등이 위험해질 확률이 높다”며 “이런 현상들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고용보험 도입을) 서두른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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