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단통법 비웃는 자급제…삼성 ‘웃고’ 통신사 ‘울고’ 이용자는 ‘호갱’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일명 ‘호갱’(호구+고객) 양산을 막기 위해 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자급제 단말기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구멍이 뚫려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가 제조사 중심 자급제 활성화를 독려하면 할수록 법적 사각지대는 커지는 아이러니가 지적된다.

◆ 자급제폰은 ‘단통법 사각지대’

6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이하 KAIT)에 따르면, KAIT에 등록된 이동통신단말 유통판매점은 매년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통신사를 통해 판매되는 단말 규모가 축소되는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동전화 가입유형별 가입자현황을 통해 단말 판매량을 추산하면, 매년 실제 단말 판매량 또한 줄어들고 있다.

반대로 지난해 제조사 유통망인 삼성디지털프라자는 전년대비 15%가량 성장한 약 3조7800억원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자급제) 매출 비중은 3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급제 전용 컬러가 출시됐던 ‘갤럭시S22’는 통신사 유통망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100만대 판매를 전작대비 2주 빨리 달성하기도 했다.

자급제 단말기란 이용자가 특정 통신사 서비스 가입을 조건으로 구매하는 통신사향 단말기와 달리, 이용자가 삼성디지털프라자 등 가전매장이나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구입해 통신사와 요금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기다. 그동안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이용자 편의 제고를 위해 자급제 단말기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해왔다.

하지만 자급제 단말기는 단통법 적용 대상이 아닌 문제가 있다. 자급제 단말기에 관한 정부 규제는 지난 2020년 1월 방통위가 제정한 ‘자급제 단말기 가이드라인’ 정도인데,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법적 강제력이 크지 않다. 통신업계에서는 똑같이 휴대폰을 판매하는 행위임에도 차별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에 반발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사 직영매장은 제조사로부터 원하는 만큼 물량을 공급받을 수 있고, 단통법 규제도 없어 임의적으로 추가 할인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에 반해 통신사향 단말로 판매하면 단통법 규제로 차별적 할인을 못하고, 자급제 단말을 팔더라도 제조사 직영점 같은 막대한 자금력이 없어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 소수 이용자만 혜택받는 ‘차별’

사실 이용자 입장에선 제조사향이든 통신사향이든 더 저렴하게 더 많은 혜택을 받고 단말기를 구입하고 싶어 한다. 법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방통위가 자급제 단말기 규제를 꺼려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통법에 대한 비판이 그러했듯, 궁극적으로는 전체 이용자가 받는 혜택이 줄어드는 문제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용자 차별은 또 다른 문제다. 제조사가 운영하는 양판점마다 제공하는 할인율이나 프로모션이 제각각이고 또 아직은 통신사향 단말기 판매가 중심이기 때문에, 이용자는 발품을 팔거나 정보를 제공받는 소수만 휴대폰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실제 한 가전 양판점의 경우 자급제 구입시 냉장고나 노트북 등 가전제품을 동시 구입하는 조건으로 100만원 이상 할인을 제공한 사례도 발견된다. 단통법에서라면 모두 불법이다.

자급제 단말기 활성화 효과가 제조사 대형 유통망에만 집중된 결과, 통신사향 중심의 골목상권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기한 대로 이동통신단말 유통판매점은 매년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고, 이는 자급제 단말기 판매 활성화를 통해 제조사 직영매장들이 대부분 흡수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중소 유통망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대형 유통망 위주의 이용자 차별은 더 가속화 될 것이란 분석이다.

정윤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사무국장은 “단통법이 시행된 2014년에는 자급제폰 규모가 미미했지만 지금은 30%가 넘는 규모로 유통되고 있어 중소 유통망에는 상당한 데미지가 되고 있다”며 “자급제폰은 단통법 통제를 받지 않고 5G 단말이면 5G 요금제 가입도 자유로운데, 통신사향은 그런 식의 판매가 제한적이니 오히려 이용자들이 거꾸로 역차별을 받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그러나 자급제 단말기에 섣불리 규제를 하기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우선 규제 필요성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윤웅현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팀장은 “자급제 단말기 활성화로 인해 현재 유통망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는 사실 통신사들이 공시지원금을 높이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현재로서는 자급제 단말이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가이드라인을 운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