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신년기획/클라우드]③ 이상과 현실 사이··· 아직 갈 길 먼 클라우드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최근 정보기술(IT) 분야서 클라우드는 ‘만능열쇠’처럼 여겨진다. 서버 확장 및 축소의 유연성,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는 경제성, 개발자 친화적인 환경 등을 무기로 내세우며,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클라우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클라우드가 기업의 모든 고민을 해결해 준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실제 클라우드가 주는 이점이 막대하나 아직 이를 모두 활용할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클라우드는 중앙처리장치(CPU), 램(RAM), 그래픽처리장치(GPU), 스토리지 등 컴퓨팅 자원부터 운영체제(OS) 등, 서버를 가상화(Virtualization)하기 때문에 확장과 축소가 쉽다. 필요할 때 서버를 늘리고, 사용량이 줄어들면 줄이는 방식의 유연성은 클라우드 인프라(IaaS)가 가지는 최대 강점 중 하나다.

컴퓨팅 자원 사용량, 네트워크 트래픽 등을 바탕으로 서버의 사이즈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오토 스케일링(Auto Scaling)은 클라우드 유연성을 보장하는 핵심 기술이다. 이를 구현하면 트래픽이 100일 때는 1개 서버를, 200일 때는 2개, 1000일 때는 10개 등으로 자동 스케일 업·다운이 되기 때문에 트래픽 과부하로 서비스가 먹통이 되는 등의 사태는 없어야 한다.
구글 서비스 장애 당시 유튜브 화면
구글 서비스 장애 당시 유튜브 화면

하지만 이상과 달리 현실에서는 클라우드를 도입한 기업의 서비스도 트래픽 증가에 따라 서비스에 차질을 빚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온라인 게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게임은 출시일에 임시·연장·긴급점검을 하지 않으면 인기 게임이 아니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실제 지난 13일 출시한 게임 ‘언디셈버’의 경우 클라우드를 채택했음에도 서버 과부하 등을 이유로 오픈 첫날부터 지금까지 숱하게 점검을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 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애플리케이션(앱) ‘쿠브(COOV)’의 사례도 있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문제의 원인이 클라우드인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그는 10평짜리 방을 1000평으로 확장하더라도, 10평짜리 방에서 쓰던 문을 그대로 두면 넓어진 방을 활용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서버뿐만 아니라 데이터베이스(DB)나 앱이 높은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경제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4~5년 전만 하더라도 클라우드 기업들은 “클라우드가 온프레미스 대비 저렴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연성이나 민첩성, 확장성 등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온프레미스 대비 경제성을 내세우는 사례는 드물어졌다.

클라우드 도입 기업 다수는 “클라우드가 온프레미스보다 비싸다”고 말한다. 물론 온프레미스의 경우 초기 도입 비용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구입한 서버 역시 기업 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년 단위로 봤을 때 임대만 할 뿐인 클라우드보다 온프레미스가 저렴하다는 것이 기업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구글 클라우드 스토리지 가격
구글 클라우드 스토리지 가격

이는 개인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은 자사 클라우드 스토리지 100기가바이트(GB)를 연 2만4000원에 빌려준다. 200GB는 3만7000원, 2테라바이트(TB)는 11만9000원이다.

물리적인 저장장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경우 브랜드에 따라 다르나 2TB 제품이 6만원가량이다. 4만원 이하로 240GB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도 구매할 수 있다.

초기 도입 비용이 부담스럽거나, 자신이 필요로 하는 서버 용량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 간헐적으로 높은 컴퓨팅 자원이 필요한 경우 등의 사례에서는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간 활용 면에서 클라우드가 저렴하다는 의견은 점차 수그러들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곧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다년간 활용 경험과 지식이 쌓여온 온프레미스와 달리 클라우드의 경우 이를 운용하는 기술자의 숙련도가 낮은 편이다. 사소한 설정 오류로 심각한 데이터 유출 사고가 발생하곤 하는데, 이런 사고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책임공유모델에 대한 이해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자체적으로 서버를 운영하던 온프레미스의 경우 IT 환경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을 기업이 직접 진다. 이를 클라우드에 대입해 클라우드상에서 발생하는 보안 문제를 모두 클라우드 사업자(CSP)가 질 것이라 생각하곤 하는데, 클라우드는 CSP와 고객이 책임지는 영역이 구분된다. 이에 대한 이해 없이 클라우드를 사용하다가는 보안사고 발생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책임공유모델과 관련, 업계 전문가는 “서로간의 책임이 구분된 환경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시스템을 직접 관리할 때보다 수습하기가 어렵다. CSP가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배상한다고 하는데, 이는 교통사고가 나서 불구가 돼 병원에 입원했는데 보험금만 지급하면 된다는 논리와 비슷하다”고 표현한 바 있다.

갖은 문제에도 불구,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 업계 공통의 의견이다. 다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이상과 현실 사이, ‘클라우드 만능론’에 경도되기 보다는 자신의 상황과 목표에 부합하는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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