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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에 1조 써야 하는 씨티은행, 고객 서비스 핵심 시스템 유지보수엔 얼마?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부문을 매각하는 데 실패하고 사업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씨티은행은 200만 명 넘는 개인 소비자에 대한 기존 서비스는 계약 만기·해지까지 유지하되 신규 가입은 일절 중단하고 단계적으로 사업을 축소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의 고객 데이터 폐기 및 보관 여부와 시스템 유지보수와 관련한 인력 투입, 그리고 현 서비스에 대한 유지보수 전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 비용에만 1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씨티은행은 2010년 이후 연간 IT예산으로 500억원 내외를 투자해왔으며 최근에는 160억원 정도의 SW개발 및 유지보수 비용만 투자해 왔다.

◆노후화된 시스템, 결국 차세대 없이 막 내린다=씨티은행의 전산시스템은 노후화가 심한 것으로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옛 한미은행과 합병 이후 소비자금융시스템은 옛 한미은행 시스템으로, 카드시스템과 기업금융시스템은 글로벌 씨티은행 시스템으로 통합작업을 했다.

2006년 소매금융시스템을 구축하고 2007년 씨티은행 글로벌 시스템인 플렉스큐브를 기반으로 기업금융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후 2010년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추진됐지만 유야무야 됐고 2012년 한차례 고도화 사업을 추진한 것이 전부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은 그때 그때 소규모 개보수를 통해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전산센터도 노후화돼 있다.

씨티은행의 전산센터는 한국씨티은행 경인영업부 건물에 위치해 있다. 1992년 경기은행 본점으로 신설된 건물을 한미은행이 인수하고 한미은행을 씨티은행이 인수하면서 전산센터로 겸해 사용 중이다. 다만 당초 전산센터를 상정해 지은 건물이 아니라 노후화는 물론 안정성 면에서도 약점을 보여 왔다.

일례로 2010년 12월 전산센터 냉각기가 추위로 망가지면서 한국 씨티은행 주 전산시스템이 물에 잠겨 지점 업무를 비롯해 ATM, 인터넷 뱅킹까지 모두 중단되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금융당국도 씨티은행에 많은 주의 및 경고 조치를 취했다. 2017년 12월에는 ATM 정보유출 관련 고객보호조치 부적정을 이유로 문책을 받았고 2020년 9월에는 정보처리시스템 등에 대한 망분리 불철저와 공개용 웹서버 관리대책 불철저로 경고를 받았다.

작년에도 씨티은행은 금융감독원으로 부터 ▲효율적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대책 강화 필요 ▲IT자체감사업무 독립성 강화 등의 경영 유의사항과 ▲전자메일 보관 정보처리의 업무위탁 관리 미흡 ▲IT위탁업무에 대한 감사활동 미흡 ▲IT사업 추진관리 불합리 ▲전산자료 소산 및 복구대책 미흡 등과 같은 개선사항을 지적받기도 했다.

특히 효율적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대책 강화 필요라는 경영 유의사항은 주목할 만 하다. 시스템 노후화 문제를 감독당국이 정면으로 건드리고 새로운 시스템 구축 착수를 사실상 권고한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새로운 시스템 구축 필요성에 대해 은행에 대해 지적한 것은 의례적이진 않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사항 모두 시스템 인프라의 노후화와 소극적인 IT시스템 투자 정책이 맞물린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상황에서 소매금융 철수는 씨티은행의 IT투자 기조에도 변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업금융과 소매금융 분리작업 추진될 듯=우선 소매금융 부분의 철수가 진행되더라도 씨티은행으로선 추가 투자해야 할 부분이 있다. 국내에서 기업금융 사업은 유지키로 한 만큼 기존 기업금융시스템과 소매금융 전산시스템을 분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결이 다르긴 하지만 NH농협은행과 농협 상호금융이 2015년부터 진행한 ‘농협은행과 상호금융 전산시스템 분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이 사업을 위해 LG CNS를 주사업자로 4000억원을 투입해 총 22개월간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규모면에선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씨티은행이 기업금융시스템을 분리해야 할 경우 추가 예산이 소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씨티은행의 당장 시스템 유지 등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유지보수 비용 수준의 IT예산이 투입된다는 얘기다. 씨티은행 고객이 현재 보유한 예적금과 대출, 카드, 신탁 등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계약 만기 또는 해지 전까지 이용할 수 있게 한 만큼 기본적인 고객 원장DB와 함께 대출상품의 중도 상환 및 타 은행으로의 대출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 유지가 필요하다.

앞서 소매금융 부분을 철수한 HSBC은행의 사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HSBC은행의 경우 2013년 7월 개인금융부 영업중지를 결정 한 후 그 해 10월 금융감독원이 소매금융철수 예비인가를 내주며 철수가 본격화됐다. 이후 지점폐쇄 본인가 및 지점의 업무 중단을 거쳐 2014년 7월 인터넷뱅킹이 중단되고 2015년 1월에 ATM 이용이 중단됐다.

영업중지 결정부터 ATM 이용 중단까지 2년이 채 안 걸린 셈이다. 다만 HSBC코리아는 현재도 만기 등 기존 소비자 관리를 위해 영업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기본적인 유지보수에 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씨티은행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 과정에서 단계적 폐지 절차 개시 전에 기본원칙, 상품·서비스별 이용자 보호방안, 영업채널 운영 계획, 개인정보 유출 및 금융사고 방지 계획, 내부조직·인력·내부통제 등 상세한 내용을 금감원장에 제출할 것을 명령한바 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개인정보 유출 및 금융사고 방지 계획 등에 대해 이행 계획을 제출하면 우리원에서 점검을 거쳐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는 절차를 갖게 된다”며 “씨티은행의 계획이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재검토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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