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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상폐' 근거는 역시 '국내 규제'…코인 프로젝트에 대응방안 소명 요구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업비트가 일부 유의종목의 상장 폐지를 결정하면서 ‘국내 규제환경’을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업비트는 다소 두루뭉술한 '내부 기준'을 근거로 상장 폐지를 공지해왔으나, 업비트의 이번 ‘코인 정리’에 국내 규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추측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업비트는 지난 11일 가상자산 5종을 원화마켓에서 폐지하고, 25종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업비트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영업신고를 앞두고 코인 정리를 감행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18일 블록체인 게임 프로젝트 아이텀은 “17일 오후 9시 1분 업비트로부터 아이텀 토큰(ITAM)의 거래 종료 통보 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업비트는 원칙적으로 일주일 간의 검토 기간을 거쳐 상장 폐지 여부를 발표해야 하지만, 프로젝트 측에 먼저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는 지난 11일 유의종목으로 지정한 가상자산 25종의 상장폐지 여부를 이날(18일) 발표하기로 되어있다.

아이텀 측은 유의종목 지정 시 근거 중 하나로 ‘한국 규제환경 관련 리스크’를 지적받았다고 밝혔다. 아이텀이 밝힌 바에 따르면 업비트는 아이텀에 블록체인 게임 산업의 엄격한 규제와 심사과정을 지적했다.

이에 아이텀은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ISO/TC 307(블록체인 정보보호 표준 기술) ▲W3C DID(탈중앙화신원인증) 표준 등 규제와 관련된 이슈들을 인지하고 있음을 밝혔으며,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소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업비트는 아이텀에 개발 업데이트 미비, 온체인(블록체인 상) 토큰 보유자 부족 등을 지적했다. 아이텀은 이에 대해서도 충분한 자료를 통해 소명했다고 전했다.

개발 업데이트의 경우 비공개 저장소를 합한 100개 이상의 저장소에서 개발되고 있다는 점을 들며, 비공개 사유를 설명하고 저장소 리스트를 캡처해 보냈다. 또 업비트 측에 “거래소가 원하면 비공개 저장소에도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온체인 토큰 보유자 부족에 대해서도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 존재하는 253명의 토큰 보유자뿐 아니라, 브릿지(블록체인과 블록체인을 잇는 기술)를 통해 다른 블록체인 상에서도 토큰을 운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아이텀은 끝내 상장 폐지를 통보 받았다.

업비트가 규제를 근거로 상장을 폐지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앞으로도 많은 국내 코인이 ‘정리 대상’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국내 규제의 영향을 받는 건 사실상 국내 코인이기 때문이다.

아이텀 측은 “업비트의 거래 종료 통보에 유감을 표한다”며 “해외 거래소 상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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