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조의성 리소코리아 부사장 “몸집 작은 게 경쟁력…틈새시장 공략”

이안나
- 디지털 공판인쇄기·스크린제판기 등으로 ‘리소아트’ 문화 조성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국내에서 인쇄기기를 판매하는 기업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치열한 경쟁 중이다. 프린터·복합기 등 사무기기 수요는 수년째 정체기다. 경쟁업체가 많다보니 제품들은 최저가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소모품 구매로 사후 이익을 도모해왔지만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리소코리아는 이런 인쇄기기 시장 속에서 특정 수요를 타깃으로 한 ‘틈새시장’ 전문기업이다. 판매 중인 제품군부터 다른 인쇄기기 업체들과는 사뭇 다르다. 공판디지털인쇄기나 디지털스크린제판기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군에선 리소코리아가 아직까지 독보적이다.

지난 14일 판교에 위치한 본사에서 만난 조의성 리소코리아 부사장<사진>은 “연 매출 100억원에 직원 수 30명 정도의 기업이지만 오히려 이 작은 몸집이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글로벌 인쇄 솔루션 업체 리소의 한국 지사인 리소코리아 사업을 이끌고 있다. 소니코리아 영업기획 팀장과 후지필름코리아 상무 등을 역임한 그는 2013년부터 리소코리아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리소코리아 제품군은 크게 디지털 공판인쇄기 ‘리소그라프’와 잉크젯 프린터 ‘컴칼라’, 디지털 스크린제판기 ‘고코프로’ 3개로 나뉜다. 매출 비중은 7대2대1 정도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공판인쇄기는 독특한 질감이 특징이다. 학교 시험지나 가정통신문이 이 기기의 결과물이다. 리소코리아 디지털 공판 인쇄기는 국내 점유율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틈새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았어도 위기는 찾아온다. 학교나 관공서에서 주로 쓰이던 디지털 공판인쇄기는 환경이 변하면서 수요가 감소 추세다. 리소코리아는 새로운 수요처를 아티스트 분야에서 찾았다. 이미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유럽에선 리소의 이름을 딴 리소그래피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선 ‘레트로’와 ‘개인화 트렌드’가 맞물리며 약 5년 전부터 붐이 일었다. 연남동이나 홍대에선 공판 인쇄 느낌을 살려 식당 메뉴판을 만들고 호텔 인테리어로 활용한다.

조의성 부사장은 “아티스트들이 작품 하나를 만들 땐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인건비·창작비가 들어가 가격이 비싸진다”며 “리소그라프는 자동화된 판화라고 볼수 있는데, 대량이 아닌 40~50개 정도로 찍어내 만들어서 작품 하나에 3만원 정도로 일반 소비자들도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티스트들이 경제적인 면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스크린제판기 고코프로 역시 디자이너들이 선호할 만한 기기다. 리소그라프가 종이라면 고코프로는 옷감(패브릭)에 찍어낸다. 조 부사장은 이를 아울러 ‘리소아트’라고 표현했다. 해상도를 따지지 않은 아날로그적 느낌이 주목 받았다. 의류 공장 뿐 아니라 공방·스튜디오에서도 수요가 생겨났다. 최근 보급형 라인업을 늘리고 일반 소비자들도 ‘입문’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했다.
디지털스크린제판기 고코프로로 출력한 제품들
디지털스크린제판기 고코프로로 출력한 제품들
아직까지 줄어든 공판 인쇄 수요를 대체 정도는 아니다. 산업 쪽으로 진출하면 분명한 신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텀블러에 새겨진 로고부터 키보드 자판에 새겨진 글씨까지 실크스크린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해상도를 높이는 문제가 남아있다. 다만 디자인 업계에서 프린터 회사라고 소개할 때 “리소요?”라고 묻는 사례가 생겨난 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유의미한 성과다.

현재 줄어드는 공판 인쇄기 매출을 보완하고 있는 건 사무용 잉크젯 프린터다. 경쟁사들이 선명하고 뛰어난 해상도를 강조한다. 반대로 리소코리아는 ‘저렴한 컬러 인쇄’를 강조한다. 해상도를 낮추고 컬러를 흑백만큼 싸고 빠르게 뽑을 수 있다. 인쇄물에 컬러로 강조 돼 있으면 좋지만 고해상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무실을 공략했다. 적당한 컬러품질과 빠른 출력 속도, 편의기능을 담은 실속형 제품이다. 컬러 레이저 프린터가 장당 100원이라면 리소 제품은 25원이다.

조 부사장은 “시장은 작지만 항상 리소 제품만 사용하는 매니아층이 존재한다”며 “대기업은 그 규모에 맞는 수익성을 고려해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에 이런 작은 포지셔닝으로 들어오기엔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엔 대량 생산하는 오프셋 인쇄가 인기였지만 지금은 고객 수요가 세분화돼 다품종 소량생산하는 시스템이 더 유리해졌다”며 “세상에서 가장 좋은 프린터는 비싼 제품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매체(종이·섬유 등)에 원하는 결과물을 잘 만들어주는, 자기에게 맞는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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