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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 하루 2번’ vs ‘제한 안 돼’…노선 갈린 카카오-풀러스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카풀 서비스업체 풀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가 명백하게 다른 노선을 탔다.

지난 7일 카풀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운행횟수를 하루 2회로 엄격하게 제한한 정책을 발표했다. 반면 같은 날 풀러스 서영우 대표<사진>는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카풀 이용시간, 횟수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합법적인 출퇴근 중 이뤄진 카풀이라면 하루 5번이든, 10번이든 언제나 허가해야 한다는 것이 서 대표의 입장이다.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이를 구현할 수 있는 방안도 소개했다.

풀러스는 7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풀러스 이용자를 초청해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서영우 대표가 직접 나서 서비스 전략 세부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용자 측에서는 카풀 이용자 단체 ‘카풀러’ 김길래 대표와 강마루 부대표가 참석해 의견을 전달했다. 이날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주제 역시 ‘카풀 운행을 언제, 얼마나 해야 하는가’였다.

서 대표는 “회사가 장기적으로 어떤 비전을 추구할 것인가, 전략 그룹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한국은 택시비가 싸고, 카풀은 택시비보다 더 저렴하다. 그래서 드라이버에게 '무조건 많은' 운행을 권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풀러스의 카풀 요금은 택시 요금 대비 70~80% 수준이다. 탑승자(라이더)와 출퇴근 경로가 일치하지 않으면 유류비, 차량 감가상각, 운행서비스의 수고로움을 고려할 때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서 대표가 내놓은 해법은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경로 일치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돌아가는 길이 줄어들면 운전자(드라이버)의 비용은 줄고 기대 소득은 높아진다.

이 방안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려면 1회 출퇴근에 다회 카풀은 필수적이다. 예컨대 경기도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드라이버에게 잠실에서 내리는 라이더를 매칭해주면 시간 비용 모두 손해다. 고속도로에서 내려와 차가 막히는 도심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손해를 강요하는 서비스는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도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만약 잠실에서 삼성동, 다시 삼성동에서 논현동으로 이어지는 카풀이 연속으로 이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런 매칭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거리를 돌아가지 않아도 드라이버에게 충분한 대가를 줄 수 있다.

쟁점은 하루 3회 이상 카풀을 허용할 시, 출퇴근 카풀이 아닌 유상운송을 걸러낼 수 있느냐다. 강마루 카풀러 부대표는 지난해 ‘럭시’를 통해 카풀 운행을 하다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경찰은 강 부대표가 하루 3회 이상 카풀 운행을 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운행은 실제로 출퇴근 중에 이뤄진 것이었고, 강 부대표는 이를 입증하는 자료를 보관하고 있었다. 경찰도 이를 확인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출퇴근 여부만 입증된다면 하루 몇 번을 카풀을 해도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그러나 출퇴근 여부를 자료로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서면이나 전산 시스템으로 출퇴근 근태를 관리하지 않는 회사도 많다. 프리랜서나 아르바이트 등 임시직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료가 있다고 해도 이를 따로 준비하는 수고로움도 문제다. 서영우 대표는 풀러스에 현재 도입 중인 ‘스마트매칭’이 이런 경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풀러스 임직원과 이용자 소통 행사
풀러스 임직원과 이용자 소통 행사


그는 “스마트매칭을 통한 경로는 완벽하게 카풀 취지에 맞아 들어가게 된다. 추천 경로라는 것 자체가 평소 이용자 출퇴근 시간과 경로를 데이터 상으로 증명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만약 다회 카풀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생긴다면, 풀러스가 이를 근거자료로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안전하게 하루 여러 번 카풀 운행이 가능해진다. 물론 드라이버가 이를 실제 출퇴근 시에만 활용한다는 전제는 필요하다.

스마트매칭은 현재 풀러스 이용자 중 일부를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 중이다. 출퇴근 경로가 파악된 이용자에게 적절한 라이더 요청을 애플리케이션(앱) 푸시 방식으로 추천한다. 향후 드라이버의 출발지와 목적지도 입력도록 해 추천 정밀도를 고도화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서 대표는 모빌리티 서비스가 잘 정착되려면 ‘데이터의 연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출퇴근 시간과 횟수의 제한은 데이터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끊고 왜곡한다고 봤다. 그는 “인터넷을 하루에 ‘아침에 한 시간, 저녁에 한 시간’ 이런 식으로 제약하지는 않지 않나”며 “제약이나 데이터의 끊김 없이 연결이 되어야만 대한민국에 완성된 형태의 카풀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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