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김상조 위원장은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대다수 대기업집단이 SI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언급된 SI는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을 의미하는 단어로 1980년대 대기업 그룹 계열사의 전산실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나왔다.
‘SI’라는 단어는 현재 IT서비스로 자신들의 業(업)을 정의하고 있는 업체들에겐 그리 달갑지는 않은 단어다. SI에는 ‘야근’, ‘부당한 사업대가’, ‘계약에 없는 과업 추가’, ‘다단계 하도급’ 등 부정적 인식이 포함돼있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고자 1990년대부터 SI업체들은 스스로의 업을 ‘IT서비스’로 정의하고 IT서비스업체로 거듭났다. 하지만 SI와 IT서비스는 사실상 같은 단어라는 것이 시장의 인식이다.
IT서비스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도 좋은 편은 아니다. 아직도 일반인들에게 IT서비스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하소연이다. 최근 IT서비스업체들이 블로그 등 소셜 마케팅을 통해 IT서비스업에 대한 설명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인식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IT서비스에 대한 명쾌한 설명은 쉽지 않다.
이는 IT서비스의 성격에 기인한다. IT서비스산업은 고객의 주문에 의해 생산되는 수발주형 산업이며, 흔히 비교되는 SW산업은 완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둘 다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일반인들의 눈에는 SW산업이 보다 이해하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SW는 B2C 형태로 소비자에게 제공되지만 IT서비스는 기업 대 기업(B2B) 시장이 대부분으로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최종 사용자도 이를 의식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IT서비스가 국내 기업의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려왔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룹사 내부 거래에 대한 논쟁을 차치하더라도 IT에 대한 이해와 신기술 역량, 그리고 각 그룹 계열사 등이 영위하고 있는 특정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IT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다만 이러한 역량을 그룹사에만 제공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상품과 서비스는 경쟁 시장에서 품질과 성능을 보다 강화하게 되는데 그룹사라는 고정적이고 폐쇄적인 시장에 집중하다보니 그룹사 고객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능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
단적인 예가 그룹 계열사별로 최적화된 솔루션과 서비스가 제품화되는 것에 IT서비스업체들은 적극적이지 않았다. 지금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시장이 열리며 IT서비스업체들이 그동안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품과 플랫폼으로 내놓고 있지만 90년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노력을 보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그룹사의 요구에 따라 솔루션의 변경이 잦다 보니 패키지화 된 제품으로 출시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물론 최근 환경은 변화하고 있다. IT서비스업체들에게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는 상황으로 인력 기반의 SI사업에서 탈피해 솔루션과 서비스에 기반한 SW벤더로서의 역할이 보다 강조되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이 일반 기업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러한 변화는 보다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