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중견 IT기업인 인성정보(대표 원종윤)의 주가가 하락세다. 시장에선 최근 들어 이어진 전환사채(CB) 전환청구권 행사로 주가가 희석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회사측도 이같은 분석에 대체로 동의한다.
여기에 향후 더 풀릴 CB전환 물량도 남아 있어 당분간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되는 영향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 19일 공시된 2회차 CB 전환청구권 행사 물량은 오는 10월 23일 상장될 예정이다.
CB가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인성정보의 최대주주인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의 개인 지분율은 소폭 줄었으나 인성정보에 대한 지배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윤 회장의 개인투자회사가 보유 중이던 CB를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5% 이상 주주가 됐기 때문이다.
인성정보 주가는 한 때 미국 원격의료 시장 진출로 인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했다.
올해 6월까지 4000원대 수준이던 인성정보 주가는 6월말부터 오르기 시작해 8월 초 최대 561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8월 초 CB가 보통주로 전환되는 시기와 맞물려 주가는 다시 8월 11일 4450원(종가)까지 하락했다. 9월 5일엔 5000원을 회복하는 등 다시 상승세였으나, 9월 19일부터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10월 10일 종가는 4290원이다.
인성정보는 네트워크, 보이스 및 비디오, U-헬스케어, 스토리지, 가상화 등 IT 인프라 제품과 솔루션을 유통하는 정보기술 인프라 및 솔루션 공급업체다. 최근엔 원격의료 사업(u-헬스)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이미 2001년부터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관련 사업을 준비해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유럽시장에서의 꾸준한 매출을 기반으로 북미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으며, IT기술을 바탕으로 화장품과 보안 등 새로운 사업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 연이은 CB 전환청구권 행사...윤 회장측 실지분율 오히려 상승 = 인성정보의 최대주주는 윤재승 대웅 대표다. 윤 회장은 21.5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윤재승 대표의 개인회사 격인 디엔컴퍼니는 5.25%, 대웅 그룹 재단인 대웅재단은 0.58%를 소유했다. 윤재승 대표의 친인척 원승연 씨도 0.03%를 소유했다. 원종윤 대표이사는 7.80%의 지분을 가졌다.
CB가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윤 회장의 개인 지분율은 소폭 하락했으나, 디엔컴퍼니의 지분율이 올라 실제 최대주주측 지분율은 오히려 올랐다. 6월 말 33.49%이던 윤 회장 측 지분은, 8월14일 기준 35.27%로 상승했다. 다만 지난 9월 19일 공시된 전환청구권 행사 물량인 36만4077주(2회차 CB)가 상장예정일인 10월 23일 새로 투입되면, 윤 회장의 지분율은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가가 부진하자 2015년 발행됐던 2회차와 3회차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은 수차례 하향되고(refixing·리픽싱) 전환가능주식수는 늘어왔다. 2회차는 현대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가, 3회차는 디엔컴퍼니가 보유했다. 이어 올해 2회차, 3회차 CB가 연달아 보통주로 전환되자 상장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주가는 오르다가도 멈칫했다. 현재 디엔컴퍼니가 소유하던 3회차 CB는 전량 주식으로 전환됐으며, 2회차 CB는 아직 60억원 규모가 전환되지 않았다.
2015년 11월 발행된 3회차 CB는 2016년 11월 리픽싱을 거쳐 전환가액은 4595원에서 4161원으로 조정되고 전환가능주식수는 65만 2883주에서 72만 980주로 늘어났다. 이어 올해 2월 27일에도 리픽싱을 통해 전환가액을 4161원에서 4069원으로 내리면서 전환가능 주식수는 또 다시 73만 7281주로 늘어났다. 올해 8월 3회차 CB 전량인 총 30억원 규모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 상장 주식 수가 늘어났던 8월 초 당시 주가는 하락했다.
전환사채는 발행회사 입장에서는 자금을 쉽고 저렴하게 빌릴 수 있는 이점이 있으나, 단순 채권이 아니라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해 보유자에 전환된 주식 수만큼 경영권을 내줄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있다.
다만 CB를 발행한 인성정보와 3회차 CB를 보유했던 디엔컨퍼니 모두 윤 회장의 지배력 하에 놓인 회사이기 때문에 경영권 손실이 없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3회차 CB의 전환청구권 행사로 윤 회장의 지분율은 다소 하락했어도, 디엔컴퍼니가 지분을 늘리면서 최대주주의 지배력은 손실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3회차 CB의 리픽싱을 두고, 투자자 일각에선 "주가가 부진한 가운데 최대주주인 윤 회장만 손실을 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개미투자자만 피해를 보는 반면, 윤 회장이 본인 개인투자회사 격인 인성정보와 디엔컨퍼니 간 CB를 주고 받아 피해를 줄였다는 논리다.
한편, 3회차와 비슷한 시기 발행했던 2회차 120억원 규모의 CB도 올해 2월과 5월 전환가액을 내리고 주식 수를 늘리면서, 지난 6월 31만5533주를 보통주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 8월 48만5435주를 전환했다.
가장 최근인 9월에도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오는 10월 23일 36만4077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2회차 CB의 발행 대상은 윤 회장의 개인회사가 아닌, 현대자산운용,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다.
◆ 원격의료 부문, 미국 시장 기대 = CB 전환청구권 행사로 주가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6월 말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던 것만은 사실이다. 이는 미국 원격 의료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2월 미국 보훈부(VA)가 퇴역군인들의 재택 건강관리를 위해 10억달러 규모의 원격의료 프로젝트 사업 발주를 냈는데, 인성정보는 VA의 발주를 받은 4개의 컨소시엄 중 하나인 AMC 헬스(Health)를 통해 입찰에 참여했다.
이에 대해 인성정보 관계자는 “올해 2월 달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2년 전부터 파트너와 같이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인성정보는 이미 지난 5월 AMC를 통해 200대 가량의 교육용 원격의료 제품을 공급했으며, 정식 수주받은 물량 8000대를 9월과 10월에 나눠서 공급하고 있다. 이 매출은 하반기 실적에 반영돼, 올해 상반기 0.4%에 불과했던 u-헬스 사업부문 매출 비중이 향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도 인성정보가 미국 원격의료 시장 진출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인성정보가 AMC 헬스를 통해 5년 간의 VA 프로젝트에 원격의료 장비를 납품하게 되면 매년 150억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유안타증권은 인성정보가 VA 납품 경험을 통해 보험사 등 미국의 민간기업으로까지 수주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원격진료 수주를 올해 4분기부터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원종윤 대표는 미국 민간 보험사인 가이징거와 블루크로스블루쉴드와 거래를 타진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가이징거와 블루크로스블루쉴드와)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며 “확정되진 않았지만, 거의 확정에 근접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투자증권은 에스에틱 기기 딥스킨이 연내 중국 CFDA 승인을 거쳐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중국과 물량 납품에 대해 얘기를 진행 중인 업체가 몇 개 있다”고 밝혔다.
인성정보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사업부문별 매출액을 살펴보면, IT 인프라 사업부문(네트워크 장비 및 솔루션 등) 33.5%, u-Health 사업부문(의료기기 및 콘텐츠 등) 0.4%, 소프트웨어 도매사업부문 29.7%, 네트워크장비 도매사업부문 35.7%, 보안관제 서비스사업부문 1.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