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전기차 배터리 경쟁…글로벌 거점 정조준
전 세계 전기차(EV) 배터리 시장을 두고 LG화학과 삼성SDI가 거점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럽, 아시아, 미국을 잇는 생산체제를 갖춰 주요 자동차 업체를 효율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완료된 계약과 함께 물량을 충분히 늘리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자신감이 바탕이다.
글로벌 EV 배터리 거점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업체는 LG화학이다. 작년 10월 중국 남경에 준공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올해 초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 ‘오창(韓)-홀랜드(美)-남경(中)’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3각 생산체제를 본격 가동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북미 3대 완성차업체는 물론 한국에서는 현대기아자동차, 유럽은 아우디, 다임러, 르노, 볼보가 LG화학 배터리를 쓴다. 중국의 경우 상하이자동차, 디이자동차, 창안자동차, 창청자동차, 난징 진롱, 둥펑상용차, 체리자동차가 고객이다.
LG화학에 뒤질세라 삼성SDI도 유럽 생산 거점을 확보해 울산, 중국 시안과 함께 글로벌 3각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유럽 배터리 생산 거점을 헝가리로 최종 확정,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했다. 기존 브라운관,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공장의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라 건축 기간과 비용을 절감, 수익성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헝가리 거점 확보로 지난해 삼성SDI가 인수한 배터리 팩 생산거점인 오스트리아 SDIBS(SDI Battery Systems, SDIBS)와 시너지 제고를 통해 배터리 셀부터 팩까지 일관생산체제를 구축, 자동차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4각 거점 구축에 나선 LG화학=삼성SDI가 맹렬히 추격하자 LG화학이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연내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EV 배터리 공장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힌 것. 이에 따라 ‘오창(韓)-홀랜드(美)-남경(中)-브로츠와프(歐)’로 이어지는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특히 순수 EV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는 미국, 중국, 유럽 3개 지역에 생산거점을 구축하게 됨으로써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이와 함께 오는 2020년 EV 배터리 분야에서 7조원의 매출을 달성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총 28개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부터 82개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현재 누적 수주 금액이 36조원을 돌파했다. 수주 금액 중 2015년까지 발생한 누적 매출 약 2조원을 제외하면 수주 잔고는 34조원 수준이다. 올해 말부터 출시되는 2세대 EV(300Km이상 주행) 시장에서만 30조원 이상의 수주를 기록해 앞으로 본격적인 성장이 이뤄질 전망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초기 EV 배터리 프로젝트의 경우 시장 여건이 미비해 수주 금액의 60~70%가 매출로 실현됐으나 시장 여건이 개선되면서 이 비율이 80~90% 수준까지 올라갔다”며 “이를 고려했을 때 최소 약 30조원의 매출은 이미 확보한 셈으로 LG화학의 EV 배터리 사업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B3에 따르면 EV 배터리 시장은 2013년 32.6억달러(약 3조7000조원)에서 2020년 182억4000만달러(약 20조7000조원)로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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