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창조경제 비판에 발끈해서야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대선 1년여를 앞두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대한 검증이 혹독하게 이뤄지고 있다.

야권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미래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대해 ‘전시행정’, ‘동물원’ 등의 자극적 단어를 써가며 폄하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부정적 평가를 진화하기에 다급한 모습이다. 6일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철수 국민의 당 전대표의 “국가 공인 동물원” 발언에 그간의 성과를 들며 조목조목 반대하기도 했다. 여당에서는 ‘동물원론’에 맞서 풍요로운 ‘과수원론’으로 미래부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창조경제 정책의 핵심인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전국에 뿌리를 내렸지만 그 뿌리의 단단함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많다. 대기업을 앞세워 혁신을 새마을운동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은 현재 진행형이다. 각 지역의 혁신센터를 맡고 있는 대기업들이 차기 정부에서도 현재와 같은 열정으로, 아니 계속 운영할지 조차 미지수다.

좀 오래된 얘기지만 한 센터 개소식에서 대기업 A의 관계자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글쎄요"라는 답을 내놓았다. A사를 비롯해 대부분 대기업이 해당지역에서 벌이는 다소 기부차원의 사업은 3년을 넘기는 것이 별로 없다. 기업 스스로가 일을 벌였다면 보다 먼 미래를 봤겠지만 정부 주도로 참여하다보니 중장기적인 설계도를 그리기가 힘들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중장기 정책을 기대하는 것 자체나 넌센스다.

창업이 핵심인 창조경제정책 자체가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취지도 훌륭하다. 이름이 무엇이든 중소기업이 탄탄하게 허리를 받치고 새로운 스타트업이 기존 대기업과 정부의 배려를 자양분 삼아 커가는 것이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창업과 관련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창업하기 힘든 나라고 성공사례도 그다지 많지 않다. 정부는 꽤 오래전부터 제2의 스티브잡스, 빌게이츠를 키우겠다고 했지만 젊은이들은 창업보다는 9급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고 있다.

정통부와 과기부는 옛 단어가 됐다. 미래, 창조, 혁신 좋은 단어들이다. 그러한 좋은 단어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정부 스스로가 먼저 성과 제일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틈날때마다 연구개발 분야에서 무리한 성과주의에서 탈피하겠다고 반복해 강조해왔다. 쏟아지는 부정적 평가에 얼마 안 되는 성과로 맞설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뒤돌아보고 당장이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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