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추진되는 외환-하나은행 ‘IT통합’…연내 가능할까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외환은행 노조의 합병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법원이 기간결정을 내림에 따라, 그동안 중단됐었던 외환 - 하나은행간의 IT통합작업이 다시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그룹(회장 김정태)은 26일 하나-외환은행 합병 금지 가처분 이의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며 노사 상생을 위한 대화합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은 ▲가처분 원결정을 취소 및 (외환은행) 노조측 가처분신청 모두 기각 ▲지금부터 양행간 합병 추진 가능 등의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법원은 아울러 경영권은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으로서 기업의 합병 여부에 대한 결정은 경영권의 중요한 부분에 해당되며, 하나금융과 외환은행간 노조2.17 합의서는 5년 동안 합병을 위한 논의나 준비작업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취지로까지 보이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하나금융측은 이번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에 따라 "최근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저금리의 금융환경과 외환은행의 작년 4분기 적자전환에 이어 최근에도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등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이 필수적임을 재인식하고 통합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며 양행 조기 통합작업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외환-하나은행 IT통합, 촉박한 일정 = 이에 따라 금융IT업계의 관심사는 조기 통합의 성과를 내기위한 외환 - 하나은행의 IT통합 일정에 쏠리게됐다.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두 은행 IT부문 통합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정보기술(IT)전산통합 기일’을 올해 10월9일에서부터 10월11일까지로 정한 바 있었으나 외환은행 노조의 가처분신청이 지난 3월 받아들여지면서 IT통합 논의가 중단됐다. 이 통합시나리오는 일단 물건너간 상태다.
물론 지난해 말,방대한 IT통합작업이 10개월만에 가능한 것인지의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고, 지난해 말 외환-하나은행 IT통합을 단독 제안했던 LG CNS는‘2015년 10월9일까지 곤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이미 올해초에 발을 빼버린 상태다.
따라서 현재 하나금융지주로선 '외환-하나은행 IT통합'은 주사업자 선정부터 다시 시작해야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기때문에 주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입찰 등 행정적인 절차와는 별개로, 하나금융그룹 IT계열사인 하나아이앤에스(대표 권오대)가 조기 IT통합에서 많은 역할을 해야할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조기통합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시기적으로는 연내에 IT통합을 마쳐야하는데, 이와관련 하나금융 내부적으로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IT통합 시나리오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정태 회장은 “2016년 시작되는 계좌이동제에 대비하려면 내년까지는 전산통합을 완료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연내에 통합이 완료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은행계좌 이동제는 고객이 은행 주거래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된 공과금 이체, 급여 이체 등이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이전되는 시스템이다.
◆조기 IT통합 가능? 시나리오 선택의 문제 = 외환-하나은행 IT통합 시나리오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지만 일단 외형적으로 IT통합이 가능한 부분이 이미 실행에 옮겨진 상황이다. 카드시스템의 경우, 이미 통합작업을 거쳐 오는 7월 20일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전산시스템 통합을 마무리하게 된다. 또한 하나금융측은 외환은행이 강정을 가지고 있는 외환업무의 경우, 하나은행 플랫폼위에 시스템을 통합하기위한 세밀한 준비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과거 국민-주택, 신한-조흥 등 타 시중은행간의 합병과 IT통합 사례에서 보면, IT통합에는 공식적으로 약 1년여의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외환-하나은행 IT통합의 경우는 좀 예외적인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원의 가처분신청 판결이 나오기 전이라 외부에 언급하기가 쉽지않았지만, 하나금융그룹내 IT관련 실무자들의 얘기를 취합해보면 'IT통합 시기가 일반의 예상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는 전망이 대체적으로 많았다. 조기 IT통합은 당연히 가능하며, 다만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
이 분석대로라면 이는 하나금융 내부적으로, IT통합 논의가 전면 중단됐던 지난 4개월동안 IT통합 시나리오를 매우 세밀하게 준비했다는 의미가 된다.
일반적으로 IT통합은 1단계 준비(시나리오)단계와 2단계 실행(시스템 이행및 통합, 개발), 3단계 테스트(부분, 전점테스트) 등을 거치게되는데, 1단계를 생략해도 좋을만큼 이미 내부적으로는 충분한 준비를 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2, 3단계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은 반드시 확보돼야한다.
이와관련 7월부터 당장 IT통합 작업을 시작한다면 12월까지는 그렇게 촉박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당장 조기 통합의 효과를 낼 수 있을 정도만큼만IT통합의 범위를 정해놓고, 급하지 않은 작업은 뒤로 미뤄놓는다면,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1년여의 IT통합기간보다 크게 줄어들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0년대초반,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당시, IT통합에 앞서 임시방편으로 듀얼시스템을 채택한 바 있다. 창구 텔러가 한 화면에서 두 은행의 업무를 동시에 가능하도록 한 것이었는데 두 은행의 고객들은 불편없이 통합 국민은행을 이용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당시보다 훨씬 IT인프라가 혁신적으로 발전됐기때문에 고객들이 피부적으로 느끼는 불편은 훨씬 줄어들 수 있다.
◆조기 IT통합 성공의 조건은? = 아직 하나금융측이 생각하고 있는 조기 IT통합 시나리오가 어떤 것인지 공식화되지 않았지만, IT통합이 신속하게 이뤄지게된다면 그것은 두 은행 구성원들의 자발적 합의가 전제돼야 할 문제다.
두 은행이 물리적으로 통합해 한 은행으로 새출범하는 시점을 내년 초로 잡는다면, 이 과정에서 IT부문 조직개편과 직원들의 거취도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 예를 들면, IT통합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IT인력 거취에 대한 얘기가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는데 노조의 반발 등 외부적인 변수도 IT통합 일정에 고려해야 한다. 물론 현 시점에서 IT부문 조직개편 시나리오까지 얘기하는 것은 좀 성급하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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