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PC 대공황 시대 생존의 법칙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PC 시장의 봄날은 어디쯤 있을까. 요즘 들려오는 소식으로만 따지면 아직도 한겨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향후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구글 크롬 운영체제(OS)를 탑재한 크롬북이 인기를 끌고 있고 기업의 교체수요와 함께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정도에 다시 반등하리라는 기대감이 크다.
반대로 태블릿이 저가 PC 시장을 모두 잠식하고 윈도8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구조조정 등으로 한 동안 찬바람이 불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13년 전 세계 PC 출하량에서 상위 5개 업체는 평균 11.8% 역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 살피면 에이서가 28.1%로 가장 많은 쓴맛을 봤고 그 다음으로 에이수스(17.7%), HP(9.3%), 델(2.2) 순이었다. 이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업체는 레노버로 PC 출하량이 나홀로 2.1% 상승했다.
PC 시장이 침체기에 빠졌다는데 나홀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레노버의 경쟁력이 부러운 시점이다. 시장에서는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을 바탕으로 종자돈, 그러니까 자금력을 바탕으로 현재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맞는 말이지만 이것만 가지고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힘들다.
업계 전문가들은 레노버의 차별화 포인트로 다품종 소량생산을 꼽는다. 지역에 따라 적합한 제품을 자체 생산라인을 통해 충분히 뽑아낼 수 있다는 것. 시시각각 변화하는 소비자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 경영의 핵심으로 부를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말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며, 우리가 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진다’라는 뜻의 ‘레노버 웨이(Lenovo way)’를 통해 조직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레노버의 행보는 PC 대공황 시대에 접어든 상황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 업체마다 전략의 차이는 있지만 태블릿이 PC를 일정부분 대체하리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정도의 차이다. 저가 PC를 완전히 대체할지, 아니면 중저가 라인까지 침식할지 예상하기 어렵다. 수요가 만만치 않은 기업용 PC의 경우 어느 정도까지 태블릿이 영향력을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PC뿐 아니라 태블릿, 혹은 그 어떤 형태의 스마트 기기가 나오더라도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기업시장(B2B)까지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레노버가 2013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지만 출하량이 9.5% 떨어진 것도 B2B에서 HP에 다소 밀렸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PC 시장이 계속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적어도 태블릿이 더 확산 보급되는 1년 이후에야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시점까지 레노버가 계속해서 PC 출하량에서 플러스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강해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으니 강하다’는 말이 PC 시장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시절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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