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인프라 강화 법안…IT투자에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
[진단/비상경영 금융권②]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 후폭풍 지속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올해 금융권 IT기획팀 실무자들의 관심사를 대체적으로 요약하자면 IT인프라의 고도화도 아니고 모바일 기반의 혁신적인 업무 프로세스 구현도 아니다.
내부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는 '전체 인원수 대비 적절한 규모의 IT조직 완성'에 맞춰져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개정안에서는 금융회사 전체 인력의 5%를 IT인력으로 확보하고, 또 전체 IT예산의 7%를 보안예산으로 확보하며, 특히 보안성 확보를 위해 외주인력 비율을 줄이고 그대신 자체 IT인력의 비율은 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이 시행에 들어간지 10개월이 넘었지만 현실적으로 개정된 전자금융감독규정을 안정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금융회사는 여전히 많지 않다.
강도의 차이만 있을뿐 실제로 없던 규정이 새롭게 만들어지면 그것을 충족하기 위해 금융회사들은 부산을 떨어야한다.
특히 은행 등 대형 금융회사들은 자체 IT인력 비율을 높이는 것은 여전히 해법을 찾기힘든 '발등의 불'이다.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해당 금융회사는 홈페이지 등 고객들이 알 수 있도록 외부에 공표해야한다.
금융 'IT인프라의 강화'를 위해 개정한 전자금융감독규정이 금융권의 보안 투자를 확대시키는데는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으나 전반적인 IT투자의 확대로까지는 아직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보다는 역설적으로 IT 아웃소싱의 축소, 자체 IT인력 비율의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관련 법은 금융권 내부적으로 IT조직을 외형적으로 정비하는데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결과를 낳고 있는 모양새다. IT조직의 불안이 결과적으로 금융권의 IT투자 전략을 명쾌하게 설정하는데 있어서도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 IT인력 확충부담, 예전처럼 IT예산 깍지 못한다?=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에 따라, 은행 등 대형 금융회사들은 IT아웃소싱 비율을 낮추고 자체 IT인력 비율을 확대하는데 IT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사실은 이같은 정책기조하에서는 금융회사들의 IT예산 절감은 예년과는 달리 구조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IT인프라의 유지보수에 투입되는 외주 인력을 대폭 줄이고 인건비 비중이 큰 자체 IT인력을 50% 이상으로 강화할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IT비용은 증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회사마다 기준이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경비예산중 IT인력의 인건비까지 IT 총예산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다.
직원수가 2만1000명(올해 6월말 현재)수준인 한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대로라면 자체 IT인력비율을 거의 1000명선으로 유지시켜야하지만 여전히 이 비율은 600명~700명 수준으로 35%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만약 기존보다 200명 이상의 자체 IT인력을 신규로 충원한다고 가정했을때 늘어나는 인건비 비중이 감내해야 한다.
한 대형 카드사도 현재 진행중인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올해 10월 이후, 전자금융감독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기존 IT아웃소싱 비율을 대폭 낮춰야하고, 그 공백을 자체 인력으로 채워야하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따라서 대형 금융회사들이 연례행사처럼‘비상경영’을 선언하고, 그 목표치를 달성하기위해 늘 하던대로 IT예산 기획서를 수정하려하겠지만 실제로 올해는 이같은 저간의 배경 때문에 IT부문에서 비용절감 목표치를 달성하기가 만만한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IT부문에서 비용을 줄여야한다면 결국은 순수한 IT구매 투자예산, 즉 자본예산을 크게 축소시키는 방법밖에는 없다.
은행권의 경우, 기존에 수립했던 서버 및 스토리지 구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 ATM 구매 등 자본예산으로 책정된 예산을 더 큰 폭으로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이미 그런 조짐은 올해 상반기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스마트 브랜치의 경우 네트워크및 이미지시스템, 화상상담시스템, 디지털미미어및 전광판 등 ICT 장비 구매는 제쳐두고라도 1개 점포당 임대비용 등이 만만치 않기때문에 모델 확산에 큰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또한 5~6년마다 사용연수의 도래로 매년 신규수요가 발생하는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의 경우, 올해에는 도입 일정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ATM 교체주기가 7~8년으로 늘어나는 상황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제때 교체하지 못하는 ATM의 경우, 사용연수가 늘어날수록 기기 장애율도 크게 늘어나 유지보수 비용이 커지고 서비스 중단에 따른 대고객 편의성의 하락 등 직간접적인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당장 눈에 보이는 명목적인 비용절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실질적인 의미의 비효율은 애써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IT인프라의 강화'가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의 본질적 목적이라면 현재까지는 그 본질에서 벗어나 있는 모습이다.
<박기록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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