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올 한해 전자 업계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확대되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미국의 소비 심리 둔화, 유럽발 재정위기 등 주요 선진국의 경제 불안으로 양대 완제품인 평판TV와 PC의 판매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됐고, 공급이 수요를 뛰어넘은 D램 반도체와 LCD는 가격 하락으로 몸살을 앓았다.
◆TV·PC 성장세 둔화=TV와 PC는 성장세가 큰 폭으로 둔화됐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지난 1분기 올해 LCD TV 시장 규모가 2억1692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 판매가 따라주지 않자 매 분기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4분기 기준 디스플레이서치가 전망한 올 한해 LCD TV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7.5% 성장한 2억600만대다.
2010년이 반짝 경기 회복 및 월드컵 등 특수가 있긴 했으나 2009년 대비 31%나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것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LG전자, 소니 등 주요 TV 업체들은 올해 판매 목표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PC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구입하는 데 지갑을 열고 있고 기업도 신규 PC 구매를 자제하고 있다. 가트너와 IDC 등 주요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전 세계 PC 출하량 성장세는 한 자릿수 초반대로 부진이 예상된다.
◆반도체·LCD 직격탄=PC와 TV의 판매가 부진하자 주요 부품인 D램 반도체와 LCD의 가격도 지속적으로 하락, 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반도체 가격정보사이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주력 D램 제품인 DD3 2Gb 256Mx8 1333MHz의 12월 상반월 고정거래 평균가격은 0.88달러로 책정됐다. 이 제품은 지난해 9월 초 4.3달러에 판매됐지만 1년 3개월째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5월 일시적으로 가격 반등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이내 가격이 떨어졌고 태국 홍수 영향으로 PC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자 11월 말에는 1달러선도 붕괴됐다.
LCD도 가격 하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력 제품인 40-42인치형 LCD 패널의 가격은 지난해부터 지속 하락하다 지난 10월 206달러대에서 하락을 멈췄고 현재까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V와 PC 등 완제품 수요가 살아나지 않아 부품 가격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다만 스마트폰의 판매가 호조세여서 모바일AP와 모바일D램, 소형 LCD 및 능동형(AM)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은 상황이 좋다”고 말했다.
TV 업계에선 이처럼 불안한 시장 상황이 내년 상반기 서서히 풀렸다가 런던 올림픽이 열리는 여름 시즌 이후부터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내년 런던 올림픽이 TV 수요가 확대될 호재로 보고 이 시즌을 겨냥한 신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PC 업계는 두께와 무게를 줄인 울트라북이 시장에 풀리면서 새로운 수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와 LCD 등 부품 업계도 완제품 수요가 살아나면 점차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