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700MHz 주파수를 놓고 통신, 방송 업계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700MHz 주파수는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 전환으로 발생하는 여유대역이다. 저대역 주파수 특성상 효율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주파수 폭이 108MHz에 달한다. 오랜만에 효율성 높은 광대역 주파수가 나오다보니 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통신업계는 스마트폰 가입자 증가로 데이터 트래픽 역시 폭증하는 만큼 700MHz를 모바일용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방송업계는 3D 방송, 초고해상도(UHD) 방송 등 차세대 방송서비스를 위해서는 여유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방송업계는 700MHz 일부를 방송업계에 할당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행정안전부가 재난안전망 구축에 활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700MHz 주파수에 대한 관심은 높아만 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직 700MHz에 대한 용도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주파수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해외동향 등을 참고해 신중하게 결정할 계획이다.
◆700MHz 통신용 할당은 글로벌 추세=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전 세계적 추세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디지털 전환으로 나오는 700MHz 등 여유대역을 대부분 통신용으로 할당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698~806MHz 대역 108MHz폭에 대해 공공안전 및 통신·방송용으로 할당했다. 방송이 포함됐지만 기존 지상파TV 방송은 제외되고 혁신적인 방송서비스만 포함되는 구조다.
캐나다 역시 미국의 밴드플랜을 지지하는 입장이고 브라질, 칠레 등 남미 주요 국가들도 대부분 모바일브로드밴드용으로 할당할 계획을 세웠다. 유럽도 DTV 여유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사용한다. 독일은 지난해 여유대역 60MHz폭의 경매를 완료했다. 스웨덴과 스페인 역시 이동통신용으로 경매를 완료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호주, 일본 등은 이동통신용으로 국제적인 조화를 이루는 것이 경제적 이득을 최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 역시 여유대역에 대한 구체적인 밴드플랜을 확정짓지 못했지만 가급적 빠른 시기에 모바일 브로드밴드용으로 경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중국의 경우 디지털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용도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대부분 국가들이 DTV 여유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는 이유는 스마트폰 시대가 활짝 열리며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해소 이슈가 커진데다 통신과 방송의 고품질 융합서비스 제공을 위해 안정적인 이동통신용 주파수 자원의 확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700MHz 현실적으로 지상파 배분 어려워=해외 주요 국가 사례에서 보듯 DTV 여유대역을 통신용으로 할당하는 추세다.
아직 우리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용도를 확정짓지 않았지만 국제표준 등을 감안할 때 이동통신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아태지역은 DTV 여유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사용하는 2개안(FDD, TDD)을 채택했다. 특히, 108MHz폭을 상·하향 45MHz로 나눈 FDD안의 채택이 유력해 700MHz 주파수를 방송용에 나눠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방송업계에서는 108MHz폭 중 일부분을 차세대 방송용으로 할당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그럴 경우 우리나라는 국제표준에서 고립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즉, 방송업계에서 주장하는 108MHz를 반으로 나눠 통신과 방송이 각각 54MHz씩 사용하자고 하는 주장이 현실화 될 경우 주파수 손실분은 상당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며 국제 표준에서도 고립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처럼 방송용 할당을 위해 상·하향으로 각각 18MHz, 11MHz 나눌 경우 주파수 활용도는 급격하게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4G LTE의 경우 5MHz 단위로 끊어서 주파수를 사용하는데 미국처럼 18MHz를 할당할 경우 실제 쓸 수 있는 주파수는 15MHz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파수 효율성이 떨어진다.
여재현 KISDI 그룹장은 지난달 열린 ‘700MHz 및 2.1GHz 위성대역 해외동향 및 기술세미나’에서 “700MHz의 경우 차세대 기술진화에 있어 방송과 통신 어느쪽이 사용하는 것이 옳으냐의 문제”라며 “방송 역시 차세대 진화가 필요하지만 이 대역을 통해 진화하는 것이 옳은지에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통위는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700MHz의 경우 방송사, 통신사 등 이해관계자들과 의견조율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내 활용방안이 결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