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31일 한국e스포츠협회(www.e-sports.or.kr 회장 조기행, KeSPA)는 12개 e스포츠 프로게임단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8월 이전에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27일 블리자드가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국과의 협상은 더 이상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응 차원이다. 블리자드와 그래텍이 협회 사무국을 제쳐두고 12개 게임단 및 방송사와 직접 협상을 전개할 뜻을 밝히자, “협회와 게임단 그리고 방송사는 한 몸”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일단 협회는 12개 프로게임단과 소속된 450여명의 프로선수 그리고 2개의 게임방송사와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배수진을 쳤다. 블리자드와 파트너사인 그래텍이 오는 8월 이후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전에 협상테이블로 이끌어 내야 한다.
최원제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협회는 전체 게임단이 나온다면 블리자드가 협상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진정성을 알게 된다면, 곧 협상테이블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블리자드와 그래텍이 스타크래프트를 바탕으로 한 e스포츠를 글로벌 사업으로 키우려면, 프로게임단에 소속된 e스포츠 선수가 필요하다. 협회와 게임단 그리고 방송사가 공동 대응을 하겠다고 나선 이상, 블리자드와 그래텍도 반응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협회와 게임단 등이 지난 10여간 일구어 놓은 e스포츠 인프라를 무시하고, 새판을 짜는 것은 블리자드에게도 큰 부담이다.
협회는 “다음에 협상 관련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블리자드의 반응에 따라, 차후 기자회견을 열어 문건을 공개한다는 설명이다. 협회가 밝힌 대로 블리자드가 과도한 요구를 했는지 수익분배에 관한 정확한 수치가 공개된다면, 여론을 협회 쪽으로 몰고 올 수도 있다. 협회는 블리자드와 NDA(기밀유지협약)는 체결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칼자루는 여전히 블리자드와 그래텍이 쥐고 있다. 이는 스타크래프트에 편중된 기형적인 e스포츠시장 탓이 크다. 한 게임 종목의 리그 중단이 e스포츠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여론도 협회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크다. 협회도 그간 정책의 정보가 차단되고 게임단과 논의한 비전 등에 관해 팬들과 소통이 부족했다고 시인했다.
블리자드와 그래텍도 e스포츠 진작을 위해 다시 협상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협회 사무국과 지재권 얘기는 더 이상 어렵다고 전했다. 8월까지 3개월 남았다. 협회가 밝힌 입장과 공개 질의에 블리자드가 반응을 보여야 향후 상황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