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프린팅/디바이스

작년 AP 매입 비중 감소했지만…'엑시노스' 독립은 갈 길 먼 삼성

옥송이 기자
엑시노스 시리즈. [ⓒ삼성전자]
엑시노스 시리즈. [ⓒ삼성전자]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지난해 삼성전자의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매입 비용과 비중이 감소했다. 작년 플래그십 갤럭시 S24 시리즈 일부에 자사 AP 엑시노스를 채용해 퀄컴 의존도를 낮춘 영향이다. 다만, 올해 S25 시리즈에는 전량 퀄컴 AP를 탑재하면서 엑시노스 독립에는 다시 적신호가 켜졌다.

12일 삼성전자의 작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퀄컴과 미디어텍 등 타사로부터 모바일 AP를 매입한 금액은 10조932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11조7320억원을 기록한 전년 AP 매입 비용 대비 7994억원 감소한 것이다. 또한 DX 부문 내 해당 원재료의 매입 비중은 16.1%로, 2023년 18.1%보다 낮아졌다.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앞서 3년간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매입 금액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주요 AP 파트너사인 퀄컴이 칩셋 가격을 지속 인상해 온 탓이다. 2021년 삼성이 타사로부터 AP를 매입한 금액은 6조2116억원, 이듬해 9조3138억원, 2023년 11조73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이와 다소 상반된 결과가 나온 단편적인 배경으로는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 추세가 지목된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침체됐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 7% 성장하며 반등했다. 분위기는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스마트폰 출하량은 줄어들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급성장했다.

삼성전자의 작년 모바일 성적도 이와 같다. 첫 인공지능(AI) 폰으로 출시된 갤럭시 S24 시리즈는 지난해 전세계 휴대폰 판매 순위에서 10위권 내에 링크될 정도로 흥행했다. 플래그십 갤럭시 S 시리즈가 해당 순위에 이름을 올린 건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삼성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줄어들었다. 작년 4분기 기준 삼성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5190만대로, 5350만대를 출하했던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이뿐 아니라, 자사 칩셋 엑시노스 채택 여부가 타사로부터의 AP 매입 비중을 크게 좌지우지했다. 특히 2023년은 전년 12.8% 수준이었던 AP 매입 비중이 18.1%까지 크게 늘어났다. 2022년 출시한 갤럭시 S22에 탑재됐던 엑시노스2200이 GOS(게임최적화서비스) 사태에 휩싸이며 성능 저하와 발열 논란을 겪었다. 처참한 엑시노스 실패로 인해 이듬해 갤럭시 S23에는 전량 퀄컴 AP가 채용됐다.

사실상 엑시노스2300 패싱 후 삼성전자는 S24 시리즈를 통해 엑시노스 전화위복을 도모했다. 갤럭시 S24 시리즈 가운데 울트라를 제외한 기본 및 플러스 모델에 퀄컴 칩셋과 엑시노스2400을 병용한 것이다. 갤럭시 S24 시리즈가 역대급 흥행 성적을 쓰면서 엑시노스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지난해 타사 AP 매입 비중도 2%포인트 줄어들었다.

그러나 삼성의 AP 자립화는 다시 안갯속이다. 올해 초 내놓은 갤럭시 S25 시리즈에는 당초 엑시노스2500을 탑재할 예정이었으나, 성능 및 수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전량 퀄컴에 의존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내놓을 Z플립7, Z폴드7에도 엑시노스2500이 탑재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엑시노스 부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I폰 보급이 확산함에 따라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AP의 비용도 나날이 치솟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5에 엑시노스2500 탑재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갤럭시 S26에 엑시노스2600을 탑재하기 위해 전담팀을 꾸리는 등 만전을 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고도화로 인해 나날이 AP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삼성 갤럭시 플래그십 라인업에 있어 퀄컴 칩셋의 비중이 큰 만큼, 엑시노스가 품질과 원가 측면에서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옥송이 기자
ocksong@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