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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신용 인플레시대①] "기존 CSS로는 한계"… 대안찾는 금융권

박기록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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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금융권도 연체율 관리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연체율 증가는 곧 '고정' 이하 부실채권으로 이어질 수 있기때문에, 연체율을 낮추기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론, 연체 위험성이 없는 고객을 보다 정교하게 선별해내는 물적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더욱 필수적이다. 그간 이런 역할을 해온 금융권의 기존 개인 CSS(신용평점시스템)은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 평가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2회에 걸쳐 대안 평가시스템 구현을 위한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는 올해 3월 한가지 흥미로운 자료를 발표했다. 고객이 연체에 빠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운영하고있으며, 이를 통해 약 7만4000명이 '연체' 부담을 덜었다는 내용이었다.

일반적으로 연체가 발생하면, 은행들은 대출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채무 조정을 한다.

그런데 토스뱅크는 연체가 발생하기전에 '연체 우려' 단계에서부터 고객이 주도적으로 ‘매달 내는 돈 낮추기’와 ‘매달 이자만 갚기’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

토스뱅크에 따르면, 최대 10년까지 대출 상환기간을 연장해주는 ‘매달 내는 돈 낮추기’ 서비스의 경우 현재까지 약 4만6000명이 이용했다. 또 2023년4월 도입된 '매달 이자만갚기'서비스는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에서 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고객이 매달 원금과 이자가 아닌 이자만 납부하도록 전환하는 것이다.

토스뱅크측은 “연체 가능성이 있는 고객이 안정적으로 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은행의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며 이는 금융 소비자와 은행 모두에게 긍정적인 상생 모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이러한 토스뱅크의 방식은 조삼모사식 변형된 채권 회수 방식에 불과하다.

더구나 해당 서비스 역시 공짜가 아니다.

토스뱅크측은 "두 서비스는 신용대출 고객 중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의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이 신청할 수 있다"면서 ‘매달 내는 돈 낮추기’서비스의 경우 고객이 신청한 연장 기간에 따라 발생하는 리스크 비용(유동성 프리미엄)이 최소 0.07%p에서 최대 0.3%p까지 소폭 반영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이자를 더 내야한다는 얘기다.

◆경기불황, 연체율과의 전쟁 고심깊은 금융권

한 발 떨어져서 본다면, 토스뱅크의 이같은 ‘매달 내는 돈 낮추기’, '매달 이자만갚기' 사례는 연체율 증가를 막기위한 고육책이다.

개인신용대출 평균 잔액이 최소 30% 이상 넘겨야하는 인터넷전문은행들 뿐만 아니라 최근 연체율 증가는 은행권 전체가 고심하는 문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중후반부터 국내 금융권의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특히 2024년말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추이를 보면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의 경우 2022년말(0.26%)과 비교해 연체율 증가세(2024년말, 0.60%)가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신용대출의 경우 개인의 연체율 추이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더구나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규정상 평균잔액 기준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 이상 유지해야하기때문에 연체율 관리가 더욱 중차대한 과제다.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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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쯤에서 보다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왜 연체가 발생하는가.

연체를 사전에 막을 수 없을까.
'개인 CSS'(Credit Scoring System)는 더이상 무용지물인가.

그에 앞서 개인 신용리스크를 보다 정교하고 입체적으로 파악해낼 방법은 없는가.

현재 대부분의 금융 전문가들은 "금융회사들이 가동하고 있는 개인 CSS는 한계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존의 개인신용평가 모델로는 연체 리스크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들이 대출시 불이익을 받지않기위해 평소 신용평점 관리에 철저하다보니 '신용 인플레'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존 신용점수의 변별력이 떨어져 1000점 만점에 900점 이상인 고신용자가 절반에 육박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기존 신용평가 데이터로는 정확한 신용평가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온라인에는 개인신용평가 점수를 높게 관리하기위한 '꿀팁' 정보들이 적지않다.

그러나 바꿔말하면, 이는 금융회사들에게는 부정확한 정보다. 실제 개인의 신용도가 부풀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정확한 데이터가 결국 CSS기능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고, 결국 수많은 연체자와 잠재 연체자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기존과는 다른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방식, 즉 '대안신용평가' 방식에 대한 금융권의 요구가 더욱 절실해 지고 있다.

◆기존 CSS 한계 노출… 대안평가시스템 활용 절실

이런 시장의 흐름에 따라 기존 CSS의 성능을 대폭 개선하기위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지난해 SKT, KT, LG유플러스 3사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SGI서울보증과 함께 '통신대안평가'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통신대안평가는 "4800만명에 달하는 통신 3사 고객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라이프스타일, 소비 패턴, 거래 능력 등의 핵심 요소를 심층 분석하는 진화한 방식으로 기존 평가방식을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사람의 행동 양식과 관련해 가장 많은 데이터를 함축하고 있는 '통신' 데이터를 중심으로 개인의 신용평점을 산출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통신대안평가는 '전문개인신용평가업' 본인가 이후 1년동안 KB금융 5개 계열사를 비롯해 케이뱅크, 롯데카드, 신한카드, SBI저축은행 등에 자사의 통신데이터 평가 모델인 '이퀄'을 공급했다. 해당 금융사들이 고객의 연체 가능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선제적 위험 관리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측은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자 내에서도 리스크를 세분화함으로써 은행이 우량 차주를 효과적으로 선별하고, 고신용 차주들은 금리 우대와 같은 혜택을 제공받는 선순환 구조를 가능케 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편 통신대안평가외에도 모바일, 소셜, 웹브라우저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평가를 다각화한 크레파스(Crepass) 솔루션의 경우 개인의 성향을 분석해 신뢰성 있고 이행 의지가 높은 사람을 찾아내는 대안신용평가를 추구하고 있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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