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AI로 햄버거 패티 굽는다…한국 푸드테크 기업의 도전

휴스턴(미국)=이상일 기자
애니아이 이광규 기술담당이 조리 로봇의 AI접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애니아이 이광규 기술담당이 조리 로봇의 AI접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 몇 년간 푸드테크 업계는 로봇과 인공지능(AI)의 도입으로 혁신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고임금, 노동집약적 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푸드테크 업체들의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이러한 가운데 다쏘시스템(Dassault Systèmes)의 연례 최대 행사인 3D 익스피리언스 월드 2025(3D EXPERIENCE WORLD 2025) 2일차 기조연설에 나선 애니아이(Aniai) 이강규 기술담당이 자사의 햄버거 조리로봇 '알파그릴(Alpha Grill)' 개발 과정과 성과 등을 소개해 주목받았다.

알파그릴은 인공지능과 30여개의 센서기술이 탑재된 햄버거 조리 로봇이다. 햄버거 패티 8개를 양면으로 1분 내외에 구우며 전통적인 조리방법 대비 조리시간을 절반으로 줄여준다. 로봇에 닭, 소고기 등 패티 종류, 온도, 패티 두께, 조리 시간을 설정하고 가동하면 시간당 200개의 패티를 조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일관된 맛과 품질을 유지한다.

2023년에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외식박람회 NRA쇼에서 키친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근무시간이 길고 노동집약적 업무가 많은 외식업계의 자동화시스템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다. 로봇은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음식을 쉽고 균일하게 조리할 수 있게 해준다. 애니아이는 햄버거 조리로봇 '알파그릴'을 시작으로 다양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조리로봇 플랫폼 회사로 성장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애니아이는 2021년 단 5명의 팀원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었지만, 2024년 현재 50명이 넘는 팀으로 성장했다. 특히, AI와 로봇 기술을 결합해 자동화된 햄버거 조리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강규 기술담당은 “초기에는 CAD(컴퓨터 지원 설계) 디자이너 3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연구 엔지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까지 포함해 폭넓은 팀으로 확장됐다”며 “이는 우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애니아이의 햄버거 로봇은 AI 기반 설계와 자동화 기술을 접목해 완벽한 조리를 가능하게 한다. 이강규 기술담당은 “우리의 로봇은 ‘알파그릴’이라는 조리 시스템을 활용해 고기 패티를 일정한 온도와 시간으로 조리하며, 빵을 정확한 타이밍에 굽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며 “이 모든 과정이 일관된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신속하게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단순한 조리 기계가 아니라 알파그릴은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 중이며, 점점 더 발전해가고 있다. 특히 '알파클라우드(Alpha Cloud)'라는 AI 시스템을 도입해 패티의 품질을 더욱 정밀하게 분석해 조리 품질을 더욱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애니아이 이광규 기술담당이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월드 2025 행사 2일차 기조연설 자리에서 조리 로봇의 AI접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애니아이 이광규 기술담당이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월드 2025 행사 2일차 기조연설 자리에서 조리 로봇의 AI접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애니아이는 햄버거 로봇 개발을 위해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3D Experience Platform)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해 실제 제품을 개발하기 전 가상의 환경에서 설계와 테스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담당은 "설계 플랫폼으로 몇가지를 검토했다. 그 중 3D익스피리언스가 뒷단에서 데이터베이스까지 지원하는 등 범용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담당은 “우리의 3D 설계 시스템을 통해 부품 간의 충돌을 사전에 검토하고,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실행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시제품 제작을 줄이고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애니아이는 3D 플랫폼을 활용해 원격 협업을 가능하게 했다. 그는 “현장 엔지니어가 고객사에 방문해 햄버거 로봇의 전체 디자인을 3D로 보여줄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실시간 피드백을 반영해 설계를 수정할 수 있다”며 “모든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저장되므로 팀원 간의 원활한 협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보안 등 국제적 기준을 충족하는 효과가 있다. 스타트업으로선 보안에 대한 별도 투자 없이 보안 위협을 낮추며 시스템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애니아이의 햄버거 로봇은 단순히 조리를 자동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를 활용한 최적화 기술이 접목되어 각 매장의 상황에 따라 조리 속도와 순서를 조정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이강규 기술담당은 “AI가 고객 주문 데이터를 분석해 바쁜 시간대에는 조리 속도를 높이고, 한산한 시간대에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이를 통해 운영 비용 절감과 품질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로봇 시스템은 기존의 패스트푸드 매장뿐만 아니라, 무인 매장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그는 “미래에는 사람이 직접 조리하는 매장이 아니라, 완전히 자동화된 푸드 코트나 로봇이 요리하는 레스토랑이 등장할 것”이라며 “애니아이의 기술이 그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업을 강조한 클라우드 환경도 애니아이와 같은 스타트업의 경쟁력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강규 기술담당은 “우리의 플랫폼은 단순한 기계 개발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며 “앞으로 다른 분야의 소프트웨어와 연계하여 더욱 정교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모듈형 주방(Modular Kitchen)’ 개념을 도입해 맞춤형 조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조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햄버거 로봇의 기능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패스트푸드 업계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레스토랑까지 우리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애니아이는 다음달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와 테스트 키친 검증 단계에 접어든 상황으로 프랜차이즈의 점포 수 규모가 우리나라와 차원이 다른 미국 시장 공략이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휴스턴(미국)=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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