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 PP에 내부 시청데이터 공유키로…‘공정배분’ 단초 될까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SK브로드밴드가 IPTV3사 중 처음으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자사 셋톱박스 기반 시청데이터를 공유한다.
SK브로드밴드는 이번 조치가 PP와의 상생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IPTV사들이 집계하는 시청데이터는 채널 편성과 프로그램사용료 협상을 위한 PP 평가에 주요하게 반영되는데, 그간에는 공개되지 않아 PP들이 정보 공유를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22일 SK브로드밴드(대표 박진효)에 따르면, 회사는 셋톱박스 기반 시청데이터를 PP에 9월부터 매달 무료로 제공한다. 가입자 가구 전체의 셋톱박스로 시청데이터를 집계, 셋톱박스 로그데이터(Log Data)의 시청데이터를 PP에 그대로 제공할 방침이다.
그동안 PP 사업자들이 사용해 온 시청데이터는 닐슨 등 시청률 조사기관이 유료로 제공하는 데이터로 한정돼 있었다. 이들 시청률 조사기관은 샘플링으로 시청자를 지정해 데이터를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정한 통계적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중소 PP의 경우 데이터가 과소 집계되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이런 문제로 50여 개의 중소 PP는 시청률이 아예 집계되지 않고 있다.
SK브로드밴드 포함 IPTV3사가 집계하는 시청데이터는 방송채널별 월단위 시청률, 점유율, 인당 시청시간이 포함돼 정확도가 높다. PP는 이 시청데이터를 편성과 채널 진단에 활용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으로 채널을 운영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이번 시청데이터 제공으로 과소 또는 과대 평가 되었던 PP 사업자들이 객관적 공정성을 갖춘 데이터를 근거로 합리적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PP 사업자들이 시청자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란 예상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이러한 데이터 공개가 유료방송사와 PP간 프로그램사용료 협상에서 명확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도 해석한다. IPTV는 PP들이 구매하거나 제작한 프로그램을 송출하고 PP에 프로그램사용료를 지급하는데, 이때 자체 PP 평가를 바탕으로 사용료를 도출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1년 12월 발표한 ‘PP평가기준 및 절차표준안’에 따르면, PP 평가에는 시청률 항목이 30%(IPTV3사 제공 셋톱 기반 시청데이터는 25%)나 반영되기 때문에 특히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재허가 조건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콘텐츠 사용료 배분기준을 만들라고 했는데, 이러한 데이터 공유가 새로운 기준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PP 업계 한 관계자는 “PP들 사이에서 일희일비가 갈릴 것 같다”며 “중소 PP들 중에서는 기존 시청률 조사기관의 데이터 정확도가 떨어지는 한계로 시청률이 아예 0%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PP 업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전한다. 업계 관계자는 “닐슨 같은 시청률 조사기관의 조사 결과가 공신력을 인정받는 이유는 그 과정부터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이라며 “셋톱 기반 시청데이터는 IPTV사들이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개하는 정보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할 수 있는 추가 조치도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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