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신화쓴 오리온, 이번엔 中 '바이오' 시장 공략 가속화
[디지털데일리 강민혜 기자] 오리온그룹(회장 담철곤)이 오리온홀딩스(대표 허인철)를 통해 중국 바이오 시장 진출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제과 점유율 등으로 입지를 확보한 오리온은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향후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 나서려는 초석으로 읽힌다.
23일, 식품기업 오리온의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는 지난 22일 큐라티스와 중국 시장을 겨냥한 청소년, 성인용 결핵백신 기술도입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신약 기술은 민감 정보인 만큼 양사는 “엄격한 보안 유지를 통해 국내 좋은 기술을 해외에 소개하는 시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오리온은 지난해 10월부터 제약사로서의 발전을 적극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후 올해 3월 중국 국영기업 산둥루캉의약과 손잡고 합자법인을 세우는 등 행보를 구체화했다.
오리온은 지난 1993년 베이징 사무소를 열고 중국에 진출한 이후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리온은 중국서 ‘하오리요우(好麗友)’(좋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중국 기업 브랜드 연구 기관 ‘차이나브랜드(Chnbrand)’의 ‘중국 브랜드 파워 지수(C-BPI)’ 부문 5년 연속 1위에 오를 만큼 중국인 사이서는 ‘중국 기업’으로 통할 정도다. 소비자 신뢰도, 충성도가 현지 기업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오리온이 지난 2월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3756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 올랐다. 같은기간 중국법인 영업이익은 1731억원으로 9.1% 성장했다. 한국법인 영업이익은 1238억원으로 14.8% 높아졌다. 여기엔 초코파이 등으로 대표되는 제과와 그 외 간편식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미래 먹거리 시장서 제과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오리온의 현실적 판단, 중국 법인 매출액이 한국을 상회한다는 것에 대한 효율적 활용 등이 제약사로서의 발전을 결정한 기반이 된 셈이다.
◆ 신약 기술 개발은 ‘로또’… 국내 기업에게 중국 진출 ‘기회’
다만 제약 업계서 신약 기술 개발은 ‘로또’로 불릴 만큼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오리온그룹이 제약 바이오 업계로 나서며 국내 유망 바이오 기업의 기술을 중국에 선봬는 방식으로 일종의 ‘제약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며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리온은 지난 2019년 3월29일 주주총회서 ▲바이오의약품, 의생명과학제품 개발, 제조, 상업화, 유통, 수출, 판매사업 ▲천연식품, 화장품, 의료기기 연구개발, 제조, 수출, 판매업 ▲신의약품 제조 관한 연구개발, 성과의 대여업, 연구개발 노하우의 용역사업, 판매업, 제조 인허가의 취득, 대여업 등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신약 관련한 바이오 산업 진출 의지를 일찌부터 갖고 있던 것으로 읽힌다.
다만 신약 개발엔 소홀했던 모습을 보여 과거 일부 식품기업이 제약 파트를 추가만 할 뿐 실상은 건강 음료 출시 등에 그쳤던 모습을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다.
그러나 올해 3월 중국 합자법인 설립과 한중바이오포럼의 지속, 국내 제약회사의 기술 관련 제휴는 이같은 의혹을 씻어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이번에 오리온과 제휴한 큐라티스는 임상을 위한 개발, 기술 지원을 맡는다. 또한, 오리온홀딩스 중국 내 합자법인을 통해 청소년, 성인용 결핵 백신 기술을 제공하고 중국 내 임상, 인허가를 추진하며 중국 시장 내 결핵 백신 상용화를 촉진한다.
양사는 중국 내 결핵 백신 임상 비용을 50%씩 분담한다. 임상 시험은 신약 개발과 보급 과정서 또 하나의 큰 관문으로 읽힌다. 다만 이미 국내서 검증 완료된 항목에 한하는 것이라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고 신약 개발이나 보급을 확실히 ‘된다’고 단언할 순 없는 만큼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면서도 “국내서 검증됐고 관련 전문가들의 선택으로 결정한 품목이라 임상시험도 무난히 통과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 중국 공장 규모, 국내 제약사 마음에 들었나
신약 개발은 장기간, 고액이 투입되는 분야라 부지 선정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 제약사는 자사의 기술을 생산공장 등에 제공하는 MOU를 맺기 전 공장의 규모나 부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다. 공장의 지속가능성이나 유치 지역의 공고한 협력도 중요한 요소다.
오리온홀딩스는 합자법인을 통해 자체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큐라티스와의 중국 파트너사인 국영 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 지원으로 현지 판매에 나설 전략을 세웠다. 큐라티스는 결핵백신 생산 노하우를 합자번인에 이전하는 등 결핵백신 생산, 판매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력한다.
오리온홀딩스는 “파트너사 산둥루캉의약의 신뢰를 기반으로 상호 적극 협력을 통해 까다로운 현지 기업결합신고 및 인허가 절차를 순조롭게 완료했으며 합자법인 설립을 마쳤다”고 설명한다.
큐라티스 관계자는 “오리온홀딩스 중국 현지 공장 규모를 확인한 후 신약 개발 관련 시설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경영진서 결정했다”며 “MOU에 따라 우리 연구원들이 오리온홀딩스 현지 공장서 신약 연구, 임상시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업체가 MOU를 맺은 청소년, 성인용 결핵 백신은 잠재 시장의 크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내 잠재 결핵보균자는 약 3.5억 명이다. 향후 고령화로 노령층 결핵환자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서도 폐결핵을 중점 관리 전염성 질병으로 지정한다. 양사가 중국 내 결핵 백신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산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바이소 사업 시장은 160조원 가치가 있다. 이런 시장성도 무시할 수 없는 항목”이라며 “신약 개발은 조 단위 이상 투자가 들어간다. 막대한 자금을 불확실성이 높다. 초기엔 국내 좋은 기술을 사가는 개념이다. 한국 기업의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오리온의 현지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 좋은 기술을 중국에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의 의미도 있다. 사업 추진을 안정적으로 초기에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반을 다진 후 다음 단계로 간다. 차세대 먹거리이기 때문에 당장 수익을 내려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바이오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이미 상용화하고 기술 개발을 완료된 기술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며 “중국에는 결핵 환자가 많으니 시장성도 따졌다. 아무 약이나 가져갈 수는 없으니 기술, 시장성을 동시에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대표는 “그룹 신성장동력인 바이오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동시에 한국의 우수한 바이오 기술을 중국 현지 시장에 선보이는 등 국내 바이오 산업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강민혜 기자> minera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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