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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트럼프2기·해상운임 상승까지…내년 먹구름 낀 가전 업계 [DD전자]

옥송이 기자
비스포크 AI 세탁기.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세탁기. [ⓒ삼성전자]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고환율과 경제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전업계의 내년도 경영 불확실성은 한층 가중되고 있다. 당장 오는 1월2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데다, 해상운임 상승까지 예상돼 파고는 더욱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 올 4분기 평균환율 약1400원…강달러 수출호재 옛말

새해를 앞두고 금융 악재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3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일일 종가 기준 올해 4분기 원달러 환율 평균은 1398.75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1418.3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서 야기된 불확실성이 금융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 결과다. 약 한 달간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안 가결 등이 이어졌고,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 추세다. 27일에는 장중 148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과거 강달러는 환차익 효과로 인해 수출기업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가전 업계의 경우는 고환율=수출호재 공식이 옛말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원자재 가격 인상이 점쳐지는 등 고환율이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산업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은 대외 불확실성이 산재한 상황에서 환율은 경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르면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 하락한다. 대기업들이 가격보다는 기술 경쟁에 집중하면서 환율 상승에 따른 매출 증대보다는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영업이익을 감축한다고 본 것이다.

◆ '고관세' 트럼프 귀환, 해상운임 상승도 악재

관세 압박도 예정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일찌감치 관세폭탄을 예고해 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내달 20일 취임과 동시에 첫 행정명령으로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 부과 방침을 언급했을 정도다.

그 외 모든 국가 수입품에는 10~20%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는 6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아울러 관세는 높이는 한편, 감세 정책을 계획해 미국에서는 트럼프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이다.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에 대비해 가전제품 등 고가의 수입품 사재기를 이어가고 있다. 가전 업계 입장에서는 반짝 연말 수혜지만, 트럼프 취임과 동시에 물거품처럼 사라질 특수인 셈이다.

삼성과 LG 등 국내 대표 가전 기업들도 미국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양사는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세이프 가드' 사태를 겪으며 현지에 세탁기 거점을 마련했다. 만일 고관세 정칙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내 생산 품목을 확대하는 방침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해상운임도 가전 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27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2460.34로, 약 한 달 전(11월29일) 대비 약 10% 증가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대중국 관세인상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의 밀어내기 물량이 급증하면서 단기간 내 해상운임이 큰 폭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옥송이 기자
ocks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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