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부당한 그룹 계열사 합병과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재판부가 내년 법관 인사 이전에 2심 결론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고법 형사 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22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외 14명의 공판준비기일을 종료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주요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채택을 논의하는 절차로, 이번 공판준비는 지난 5월 27일 이후 두 번째다. 다만,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어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 회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오는 9월 30일 위법수집증거 관련 변론을 기초로 한 증거 조사를 실시하고, 2회에 걸쳐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한 변론을 실시한다"면서 "이후 11월 25일에 변론 종결을 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심리 일정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9월 30일 첫 정식 공판에서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서버에 대한 압숫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등이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1심 판단과 관련한 증거 조사를 진행한다.

10월 14일에는 부정 회계 관련 변론을, 10월 28일과 11월 11일 2회에 걸쳐서는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한 변론을 진행한다. 끝으로 11월 25일 검찰의 세부 혐의에 관한 판단과 피고인별 구형 등의 내용이 담긴 변론 종결 절차를 진행한다.

재판부는 "11월 25일에 변론을 종결하면, 선고일까지 두 달가량 확보할 수 있다"면서 변론 종결일을 지정한 이유로 법관 인사 이동 시즌을 꼽았다.

통상 법관 인사 이동은 연초(고등법원은 1월 말)에 있다. 재판부는 이를 피하고자 변론 종결을 11월 말로 지정하고, 인사 이동 전에 선고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단은 검찰 측 증거를 두고 팽팽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검찰은 지난 첫 변론준비기일에서 1심에서 내지 않았던 추가 증거 2144개를 제출한 바 있다. 변호인단은 "해당 증거에 동의는 하지만 상당수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및 에피스 서버를 압수수색할 당시 함께 압수한 외장하드에 대한 선별 절차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선별이 있었을 경우 배제 증거가 있어야 하나, 해당 근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외장하드에서 확보한 정보의 적법성 등이 향후 항소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 회장은 2015년 안정적인 경영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해 그룹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1심은 3년 5개월여 소요됐으며, 재판부는 지난 2월 5일 이 회장이 받은 19개 혐의를 모두 무죄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