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베트남 투자] ② 투자 확대 주인공 '삼성디스플레이'…전기⋅SDI 현실성↓
8.6세대 OLED 구축에 현지 내 후공정 케파 확대 필요↑
FC-BGA⋅카메라모듈⋅소형전지 포화…추가 투자 어려워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베트남 총리와 회동, 현지 투자 확대를 시사하면서 어떤 사업군 중심으로 추가 투자가 있을지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린다.
다만 삼성 그룹 계열사 중에선 삼성디스플레이 중심으로만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다른 계열사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업황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추가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팜 민 찐 총리는 베트남 총리는 지난 2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이 회장과 만나 베트남과 삼성의 향후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베트남 최대의 외국인 투자자이자 최대 수출기업으로 항상 베트남과 동행하겠다"라며 "디스플레이 분야도 투자할 예정인데 3년 후에는 세계 최대의 디스플레이 생산 거점이 될 것"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이같이 디스플레이에 대한 언급을 한 이유는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4조1000억원 들여 8.6세대 OLED 라인 구축을 공식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베트남 OLED 모듈 공장 라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술 유출 등 문제로 OLED 전공정은 국내에서, 인건비가 많이 드는 후공정은 베트남에서 담당하고 있다. 2026년 충남 아산에 8.6세대 OLED 라인이 들어서게 되면 연간 1000만개의 패널을 생산하게 되는데, 이 물량을 커버할 후공정 라인도 필요하다. 베트남 라인에 변화를 주거나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까지 삼성디스플레이가 베트남 후공정 라인을 어떤 식으로 변화를 줄지에 대해선 공개된 바 없다. 다만 업계 등에 따르면, 베트남 북부 박닌에 있는 라인을 효율화하는 방안으로 전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 그룹에서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한 곳은 삼성디스플레이 외에도 전기 부품 계열사 삼성전기(SEM), 이차전지 계열사 삼성SDI 등이 있다. 이 회장이 직접 향후 베트남 투자 확대를 공식화했지만, 이들 계열사의 추가 투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베트남에 투자를 단행한 이 두 계열사는 시장 상황상 케파를 늘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먼저 삼성전기의 경우는 이응우옌성에 위치한 공장에서 IT용 카메라모듈을 생산해왔으나, 시장 포화 등 영향으로 2021년부터는 1조3000억원을 투입, FC-BGA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 라인을 증설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FC-BGA는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플립칩 범프로 연결하는 고집적 패키지 기판으로, 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 주로 고성능컴퓨팅(HPC)용 반도체에 적용된다. 역시 FC-BGA 시장은 PC, 일반 서버 등 주요 시장의 재고 조정과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과잉 공급이 지속되고 있다. 케파를 늘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 셈이다.
MLCC 생산은 중국 공장에서 충분히 커버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미 중국에 대규모 MLCC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100% 가동률로 생산하고 있다. 향후 MLCC 투자 투자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중국 시장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의 경우, 베트남 현지에서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소형 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도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진출로 인해 소형 전지 시장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가격 인하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투자 확대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투자 관련 언급은 OLED 후공정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평가된다"라며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여러 삼성 계열사가 있지만, 올해는 디스플레이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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