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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AI 기업들, 혁신 이전에 지속 가능한 기업임을 증명해야

이종현 기자
GPT스토어의 이미지 생성 AI 서비스 '이미지 제네레이터'로 만들어낸 이미지
GPT스토어의 이미지 생성 AI 서비스 '이미지 제네레이터'로 만들어낸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증권시장에 뛰어든 인공지능(AI) 기업이 적지 않다. 이들은 저마다의 특장점을 앞세우며 장밋빛 미래를 제시해왔다. 대부분이 상장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3년 사업 성과를 돌이켜 보면 이런 기업들의 비전은 말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던 그해 실적이 목표치에 미달했던 것은 기본이요, 이듬해부터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약속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투자 시장에서는 적자를 내더라도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기업 가치를 인정해주곤 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석권한 쿠팡이 대표적이다. 적자를 지속함에도 꾸준히 매출을 키우며 가능성을 인정받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상당수 AI 기업들의 경우 전반적으로 매출 성장은 더뎠고 적자는 커졌다. 실적이 극적으로 개선되리라는 기대도 좀처럼 하기 어렵다. 점차 늘고 있는 경쟁자들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파이를 나눠먹을 경쟁자들도 많아졌다.

업계에서는 이런 실적과 관련된 비판에 대해 ‘실적으로만 기업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미래 가능성을 봐 달라’고 말하곤 한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기업이 존속했을 때의 이야기다.

대부분의 AI 기업들은 적자가 누적되면서 자본금을 깎아먹는 자본잠식 상태다. 일부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기도 한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AI 기업들이 급성장할 수 있는 시기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최소 몇 년간은 개념검증(PoC)과 같은 ‘몸풀기’ 단계다. 그러나 이미 몸풀기 단계에서 모든 체력을 써서 기진맥진한 상태에 빠진 기업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외부 수혈을 불가피하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지속하면서 투자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도 보다 신중하게 ‘옥석’을 가리고 있다. 수혈에 실패한다면 심각한 위기에 놓일 곳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IT 기업들의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 상장한 기업, 또는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 관계자들이 늘상 하는 말이다. 허황된 말은 아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현상은 실존한다. 다만 외부 환경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이켜 봐야 한다. 혁신성 이전에 지속 가능성을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이종현 기자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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