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전공의 사태, 디지털 의료 혁신 계기 삼아야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의대 정원 확대로 말미암은 정부와 의사단체의 강대강 대립이 지속하고 있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도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등 의사들의 반대가 극심하지만 정부는 ‘의료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일을 디지털 진료 확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당장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비대면 진료다. 그간 비대면 진료에 대한 필요성은 수차례 제기됐지만 의사단체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활성화되지 못했다. 환자 안전성을 고려해 대상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의사단체의 입장이다.
좀처럼 개방되지 않던 비대면 진료 시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때부터다. 당시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면서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모였지만 대유행이 종료된 이후 다시금 축소됐다.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해온 기업들은 고사 위기에 빠졌다. 일부 기업들은 사업성이 없는 국내를 떠나 해외로 눈을 돌리는 중인데 유독 한국만 비대면 진료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줄곧 이어져 왔다.
그러나 전공의 파업 이후 다시금 양상이 바뀌고 있다. 지난 2월23일 정부는 보건의료재난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했다. 초·재진 구분 없이 모든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총선 공약집에는 진료 질환 및 범위 확대와 약 배송 등이 담긴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담기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도 확고하다. 윤 대통령은 올해들어 진행 중인 민생 토론회에서 수차례 ‘디지털 의료 혁신’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비대면 진료는 의료 서비스의 디지털화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의료 산업이 발전하려면 비대면 진료를 포함해 디지털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비대면 진료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인 기업 관계자는 “정부와 의사단체의 대립이 역설적이게도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통령이 비대면 진료를 포함한 디지털 의료 서비스의 확대를 약속한 이후 시장에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귀뜸했다.
당장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고 해서 당장 직면한 의사 부족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비대면 진료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의료 마이데이터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에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으로 의료시장의 변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된 지금이야 말로 변화의 적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은 일찌감치 비대면 진료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중이다. 의대 증원에 그치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디지털 혁신 노력이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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