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인수위 홈페이지에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신설 건의 - “불편비용 대비 경제적 효과 커” vs “홈쇼핑 공해 및 송출수수료 인상 심화”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TV홈쇼핑 7개+T커머스 10개. 유선방송이나 IPTV로 채널을 돌리면서 볼 수 있는 홈쇼핑 채널 개수만 현재 총 17개다. 지상파와 종합편성 채널 사이사이 홈쇼핑이 위치해 ‘홈쇼핑 공해’라는 지적이 지금도 이어진다. 문제는 새 정부 출범 후 홈쇼핑 채널이 또 하나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8일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에 따르면 전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국민제안센터에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채널 신설 건의문’을 제출했다. T커머스는 TV를 통한 데이터 기반 전자상거래다.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TV홈쇼핑과 달리 녹화방송으로 진행하고, 리모콘으로 상품 정보를 검색하는 양방향 데이터방송이라는 차이가 있다.
판로확보를 돕기 위해 중소기업 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T커머스 채널 신설이 필요하다는 게 학회 측 설명이다. 건의문엔 ▲100% 중기 상품편성 채널 운영 ▲중기 상품 수수료율 상한제 도입 ▲무(無)정액방송 운영 ▲겸영 TV홈쇼핑 채널을 활용한 스케일업 효과 극대화 등 내용을 담았다.
학회는 “TV홈쇼핑 겸영 T커머스 신설시 불편비용(연간 3633억원) 대비 경제적 파급 효과가 압도적으로 크고, 연 2000억원 이상 중기 판로확대 효과를 가져온다”고 전했다. 또 “T커머스는 사업자 대부분이 대기업에 속해 있다”며 “중소기업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신규 채널 사업권 승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설립에 대해선 명분이 취약하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처럼 홈쇼핑 채널이 많은 나라는 드물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인데, 이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선심 쓰듯 홈쇼핑 채널을 허가해준 탓이다. 매번 그 명분은 ‘중소기업 판로확대’였다. 비교적 최근 만들어진 홈앤쇼핑과 공영쇼핑도 마찬가지다.
국내 T커머스 업체는 GS샵·롯데홈쇼핑 등 TV홈쇼핑 사업과 T커머스 사업을 겸업하는 5개 업체와 SK스토아·K쇼핑 등 T커머스 전문 업체 포함 총 10개다. 7개 TV홈쇼핑 업체 중 후발주자인 홈앤쇼핑과 공영쇼핑은 T커머스 채널 사업권을 정부로부터 얻지 못한 상황이다. 단지 T커머스 10개 중 9개가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중기전 용 T커머스 채널을 만드는 것엔 설득력이 있을까.
TV홈쇼핑과 T커머스 채널 총 17개가 정부 승인사업으로 진행되는 만큼 실상 공적 역할도 의무화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0년도 TV홈쇼핑 7개사 중소기업제품 편성 비율은 전체 방송시간 중 70.6%를 차지했다. 이미 홈앤쇼핑 80%, 공영쇼핑 100%를 중소기업제품으로 방영하고 있고 NS홈쇼핑은 농수산 판매 비중이 60%다. 10개 T커머스 채널도 중소기업 상품 비중은 70%를 웃돈다.
업계 관계자는 “17개 채널이 중소기업 제품을 70% 이상 편성하고 있는데 별도 채널을 추가해야만 들어올 수 있는 중소기업이라면 제품 경쟁력에 의구심이 든다”며 “오히려 기존 사업자들이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유도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시청권 저해도 문제다. T커머스가 ‘양방향 채널’이라는 차별점을 내세워 등장했지만 시청자들은 그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과기정통부는 T커머스 화면비율 조건 완화, 케이블TV 지역채널 커머스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선 비슷한 TV쇼핑 방송들이 난무해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방송 상업화’와 ‘홈쇼핑 공해’는 매년 과기정통부 국정감사 때마다 등장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홈쇼핑 사업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는 T커머스 시장이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55.8% 성장해 전체 시장규모가 10조원대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정체기에 접어든 TV홈쇼핑과 달리 T커머스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5~6년 전부터 인터넷TV(IPTV)가 본격 활성화한 계기다.
단 TV쇼핑 산업 전체로 보면 포화상태다. 홈쇼핑 업체들이 IPTV 등에 지불하는 송출수수료, 일명 ‘채널 번호 자릿세’는 매년 20~30% 인상돼 지난해 기준 2조원대를 넘었다. 특히 매년 황금채널을 확보하려는 경쟁은 이제 TV홈쇼핑들을 넘어 T커머스 업체들까지 확대됐다. 송출수수료 인상은 이제 막 성장하는 T커머스 업체에도 부담이다. K쇼핑이 외형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올레tv 황금채널에 진입하자마자 적자전환 한 것이 대표적이다.
송출수수료 부담은 결국 소비자 몫이기도 하다. 송출수수료 부담에 홈쇼핑 업체들은 납품업체에게 받는 판매수수료로 충당하게 되는데, 납품업체도 가격 인상 혹은 제품 비용절감을 택하게 되기 때문. 채널경쟁은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가 완전 공영으로 운영했을 때 막대한 적자를 낼 수도 있고, 중소 프로그램공급업체(PP) 위기도 심화될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시장은 현재도 과도한 출혈경쟁 중인데, 중소PP도 활성화하지 못하는 상황에 홈쇼핑 채널만 계속 추가하면서 일반PP 채널 진입을 더욱 어려워지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이커머스 뿐 아니라 방송에서 판매하고 싶은 기업들 수요가 많은데, 송출수수료 인상 우려는 강남역 임대료 높다고 점포를 못 열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송출수수료 문제는 이차적으로 생각해야한다”고 답했다. 이어 “채널이 다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가면 다른 채널이 하나 없어지는 구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