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업체도 직접적 영향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반도체와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 생산거점을 아시아에서 자국으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시작된 ‘기업 본국 회귀(리쇼어링)’ 정책은 올해 들어 강화되는 분위기다.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원동력은 단순 강대국임을 넘어서 산업을 주도하는 최종 사용자(엔드유저)를 대거 보유했다는 점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사의 대형 고객사다.

반도체 1위 미국 인텔과 완성차 1위 독일 폭스바겐의 최근 발표는 자국 정부 기조에 힘을 실어줬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3일(현지시각) “미국 정부의 이니셔티브를 지지한다. 국내 생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애리조나주에 200억달러(약 22조6500억원)를 투입해 반도체 공장 2개 설립과 연내 미국과 유럽 내 추가 투자 계획 공개를 예고했다.

지난 15일 폭스바겐은 스웨덴 노스볼트와 협력해 생산능력 40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공장 6곳을 확보하겠다고 공표했다. 대상 지역은 독일, 스웨덴 등 유럽이다.

◆트럼프 이어 바이든 행정부도 ‘자국 보호’=반도체에서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등이 영향권에 들었다. 미국에는 애플 퀄컴 AMD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가 즐비하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IBM 등까지 자체 칩 개발에 나서면서 수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의 고객사가 대폭 늘어났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공장 구축이 불가피하다.

지난달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공급망을 전면 재검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당시 그는 미국의 반도체 자립 의지를 드러냈다.

이미 TSMC는 120억달러(약 13조3000억원)를 들여 애리조나에 첨단 공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역시 기존 오스틴 공장 외에 신규 생산라인 증설을 검토 중이다. 각 지역 정부는 대규모 지원으로 양사의 결정에 화답할 예정이다.

유럽은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스위스 ST마이크로 등이 포진돼 있다. 극자외선(EUV)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고객사 같은 협력사 네덜란드 ASML도 있다.

최근 EU는 1345억유로(약 183조원)를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에 쓰기로 했다. 오는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생산량 20% 확보가 목표다.

TSMC가 유럽 공장 구축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공장 신설보다는 인수합병(M&A)을 통한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도체보다 고객사 입김 더 센 완성차업계=배터리에서는 국내 배터리 3사,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이 대상이다. 통상 자동차 업체는 반도체의 팹리스 등보다 협력사 대비 우월한 지위를 갖고 있다. 부품을 담당하는 업체의 주도권이 상대적으로 더 약하다는 의미다. 이에 배터리 제조사들은 적극 대응을 위해 고객사 공장 인근에 자리를 잡는 추세다. 정부 정책 차원에서 탄소배출권, 세제 혜택 등의 이유로 현지 진출이 필수적인 부분도 있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43.9%로 세계 최대로 나타났다. 폭스바겐, 아우디, BMW 등이 존재하고 EU의 환경정책 강화에 따른 영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CATL은 독일 등에 공장을 설립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우리나라보다는 유럽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유럽 전기차 수요를 잡기 위해 생산능력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아직 전기차 시장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지역이다. 전기차 1위 테슬라를 비롯해 GM, 포드 등 유럽보다 더 많거나 대등한 수준의 업체도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와 오랜 관계를 이어온 파나소닉은 여러 대형 공장을 두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에 5기가와트시(GWh) 규모 공장만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폭 늘리고 있다. GM과 합작법인을 세워 공장을 건설 중이며 5조원을 들여 2곳 이상의 공장을 짓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 1~2공장을 구축 중이며 삼성SDI는 미국 배터리셀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수는 중국=주요 기업의 미국 및 유럽행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역시 무시 못 할 시장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은 양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은 반도체 사용량이 가장 많고 전기치 시장은 유럽과 1~2위를 다툰다. 앞서 언급된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사가 중국에 생산라인을 다수 마련한 이유다.

미중 갈등이 심화할 경우 기업들은 한쪽을 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과거 국내 업체들은 사드 사태를 통해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여전히 회복이 안 된 곳도 있다. 어떤 노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업 향방이 달라질 수 있는 이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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