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낸드 시장·업계 상황, D램 치킨게임 때와는 달라…기존 라인 인수, 공급 과잉 가능성↓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SK하이닉스가 지난 20일 인텔 옵테인을 제외한 비휘발성메모리솔루션그룹(NSG)을 인수합병(M&A)한다고 발표했다. 인수가는 90억달러(약 10조1600억원)다. 2025년 3월 완료가 목표다. 인수 대금은 규제 당국 승인 후 70억달러 2025년 3월 20억달러 분할 지급한다.

인텔 NSG그룹 주요 사업은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다. 낸드는 전원이 끊어져도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는 메모리반도체다. SSD는 낸드를 이용한 저장장치다. 오가는 데이터와 읽고 쓰기를 제어하는 컨트롤러(시스템반도체)와 낸드 등으로 구성한다. 데이터센터가 낸드와 SSD 수요를 견인했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SSD가 대체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5세대(5G) 이동통신 등 낸드와 데이터센터의 동행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지난 2분기 인텔의 낸드와 SSD 점유율은 각각 11.5%와 19.1%다. 각각 4위와 2위다. SK하이닉스 같은 기간 낸드와 SSD 11.4%와 8.0%다. 낸드와 SSD 1위는 삼성전자다. 점유율은 각각 33.8%와 31.2%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점유율을 그대로 흡수한다면 낸드와 SSD 모두 점유율 2위로 올라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합산 점유율은 낸드 56.7%와 SSD 58.3%다.

D램에 이어 낸드도 한국 과점체제다. 규제 당국의 양사 M&A 승인 여부를 가르는 변수다. D램처럼 한국 업체가 치킨 게임을 해 미국 일본 중국 업체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공급 과잉에 따른 업계 수익성 악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규제 당국의 불허로 무산된 2018년 퀄컴의 NXP 인수와는 성격이 다르다. 논란이 된 엔비디아의 ARM 인수발표와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D램은 2000년대 후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3사 체제로 재편했다. 3사는 당시 손익을 포기하고 증산 경쟁을 했다. 이른바 치킨게임이다. 일본 업체가 백기를 들었다. 현재 3사 합산 점유율은 90%가 넘는다. D램 수익률은 급증했다.

낸드는 D램에 비해 업체가 많다. 진입장벽이 낮아 새로 진출하는 업체도 있다.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그리고 다수의 중국 업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치킨게임은 상대방이 나보다 먼저 포기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시작한 쪽도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연구개발(R&D)과 생산 등을 협력한다. 지난 2분기 기준 낸드 점유율 17.3%와 15.0% 업체다.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 인텔과 4위 경쟁을 해 온 업체다. 중국은 국가의 등에 업혀있다. 누구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내부 사정도 복잡하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가 목표다. 작년부터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기존 반도체 라인을 유지하는데도 매년 수조원이 들어간다. 확실한 수익창출원(캐시카우)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인텔 인수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 낸드 사업은 아직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지 못했다. 지금도 재무구조 악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낸드 공급 과잉 위험은 낮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낸드 멀티레벨셀(MLC) 128Gb 고정거래가격은 4.35달러다. 지난달과 같다. 1월 기준 4.56달러에 비해선 하락했지만 작년 6월 3.93달러에서 반등한 후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증설로 점유율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전체 공급량은 그대로라는 뜻. 가격 하락 가능성은 낮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은 거래선 성격도 달랐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 인텔은 서버와 PC 비중이 높았다. SSD도 그렇다. 거래선 쟁탈전이 벌어질 확률도 떨어진다. 다만 SSD의 경우 SK하이닉스 경쟁력 강화가 가져올 나비효과는 존재한다. 하지만 이 역시 업계가 우선 경계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SSD 강화는 업계 전체가 가고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시장도 성장 중이다.

한편 SK하이닉스의 인텔 인수가 ‘1+1=2’ 이상이 될지 미만이 될지는 오히려 업계 시각이 엇갈린다. 재무적 위험보다는 통상 M&A에 따르는 위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텔의 기술과 인력을 얼마나 SK하이닉스가 포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은 낸드 생산기술이 다르다. 향후에도 인텔 생산기술과 라인이 SK하이닉스 기술을 적용해 새로 구축하는 비용보다 나은 성과를 내야 한다. SSD 컨트롤러 기술은 인텔이 우위다. 지적재산권(IP) 등도 SK하이닉스가 소유하지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R&D 인력도 지켜야 한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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