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세계 최대 OTT 기업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공략이 가속화되고 있다.

LG유플러스에 이어 KT까지 넷플릭스를 안방에 들이면서 상당수의 유료방송 가입자들은 보다 편하게 큰 화면에서 넷플릭스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넷플릭스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막강한 자본과 콘텐츠 경쟁력에 국내 미디어 산업이 종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KT는 LG유플러스와 마찬가지로 넷플릭스와 PIP(Platform in platform) 방식으로 제휴했다. 이는 유료방송사의 한 채널이 아니라 플랫폼 안의 플랫폼으로서 독자적인 서비스가 가능한 구조이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과는 이러한 방식으로 계약하지 않는다. 넷플릭스에만 특혜를 제공한 셈이다. 웨이브, 티빙 등 토종 OTT 사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잇따라 넷플릭스 손을 잡으면서 통신사들이 스스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상황이 됐다.

SK텔레콤은 과거 KT에 앞서 넷플릭스로부터 먼저 협력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국내 미디어 생태계가 넷플릭스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맞는 얘기다. 연간 콘텐츠 투자에 20조원을, 리서치 및 기술개발에만 1.5조원을 투자하는 넷플릭스와 우리 OTT 사업자간 경쟁은 누가 봐도 게임이 되지 않는다.

이용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한 것이 뭔 잘못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맞는 얘기지만 국내 기업이 자생력을 갖추기 전에 대문을 활짝 열면 토종기업들은 생존할 수 없다.

십여년전 애플은 KTF에만 아이폰을 공급하면서 국내 이동전화 시장을 뒤흔들었다. 안타깝게도 삼성전자에게는 아이폰에 대항할 수 있는 제품이 없었다. 별거 아니면서 전지전능한 척하는 옴니아만이 있었을 뿐이다. 삼성전자의 흑역사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옴니아에 사활을 걸었고 당시의 분투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기업으로 자리잡는데 밑거름이 됐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성장사가 다 그렇다. 국내 영화산업도 스크린쿼터제를 통해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때문에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출 때 까지는 국내 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정부는 물론, 시장의 플레이어도 이를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LG유플러스나 KT의 행보는 단순히 가입자 증가 및 방어라는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 같아 아쉽다. 만약 SK텔레콤까지 넷플릭스와 손을 잡는다면 결국 제로섬 게임이 된다. 넷플릭스 효과는 사라지고 그냥 그렇게 안방을 넷플릭스에 내주는 꼴이 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넷플릭스 영향력이 커질수록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넷플릭스에 줄을 설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미 넷플릭스는 국내 OTT 사업자 고사 작전에 나서고 있다. 한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국내 OTT 사업자에게는 콘텐츠를 제공하지 말라는 조건을 제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콘텐츠 유통 통로가 하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협상은 무의미하다.

통신사들은 안전할까? 넷플릭스에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은 커질수록 채널의 중요성은 낮아질 것이다. 해외 유료방송사들의 코드커팅’(Cord-Cutting·유료방송 가입자의 OTT 전환)이 한국에서도 현실화 되는 것이다. 여기에 앞으로 통신사들이 넷플릭스에 망사용료를 받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여우 잡으려다 호랑이 들이는 격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넷플릭스를 배척하는 것은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제작비 400억원이 넘는 초대형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은 넷플릭스가 아니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 국내 드라마 편당 제작비는 10억원을 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콘텐츠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에 줄을 서는 것을 비판만 할 수 있는 노릇은 아니다.

국내 미디어 산업에 대한 규제, 콘텐츠 제작환경 개선 등을 전제로 넷플릭스 이슈도 접근해야 한다. 넷플릭스 등장 전 국내 미디어 생태계가 건전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콘텐츠 제작, 유통, 대가 등과 관련한 문제점들은 이미 알려진 것들이다.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콘텐츠, 플랫폼, 정부측이 함께 모여 해결방안을 찾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콘텐츠는 단순한 산업을 넘어 문화다. 넷플릭스 문제 역시 산업 한 부분에 대한 잠식 측면이 아니라 문화 주권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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