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의 원칙 없는 불법보조금 징계가 도마에 올랐다. 징계수위가 법위반수위에 의해 결정되기 보다는 상임위원들의 개인적 견해나 주변상황에 따라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통위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용자 차별 등 단말기유통법(이하 단통법)을 위반한 이동통신 3사에 총 512억원(SKT 223억원, KT 154억원, LGU+ 13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2014년 단통법 시행 이후 최대 과징금 규모다.

512억원이 산출된 과정을 보면 이렇다. 과징금에 대해 경감하거나 가중할 수 있는데 당초 감경전 과징금 규모는 775억원이었다. 여기서 방통위는 필수적 가중 20%를 적용해 933억원으로 과징금을 책정했다.

하지만 고시에 따르면 최대 50%까지 감경할 수 있다. 방통위 사무국은 이통사들이 조사에 협조적으로 나왔다며 10%를 포함해 추가감경 40%를 적용했다. 방통위원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조사협조에 대한 감경률을 15%로 상향 조정하며 최종 감경률은 45%로 결정됐다.

김창룡 상임위원은 45% 감경률을 채택한 것에 대해 "5G 상용화에 따른 적극적인 마케팅, 가입자 뺏기 보다 기기변경 중심,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유통점에 대한 지원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른 상임위원들도 비슷한 견해였다. 이통사에 지나친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이동통신 유통업계는 물론, 5G 투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강하게 추진 중인 디지털뉴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과징금이 933억원에서 512억원으로 줄어들었으니 선처를 받은 셈이다. 환영할 법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마냥 환영할수만도 없다.

먼저 5G 활성화 과정서 일정부분 불가피했다는 점을 떠나 과연 사상최대 과징금을 받을 만큼 위반수위가 높았는가이다.

방통위는 이통3사들의 위반 정도가 과거에 비해 크지 않았다고 스스로 시인했다. 이전 최대규모였던 2018년의 경우 온라인 분야에 국한된 반면, 이번 조사는 온오프라이 전체 영업채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위반율 자체는 2년전보다 낮았지만 모수 자체가 많다보니 과징금이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

방통위 김용일 담당관은 “정도를 따져보면 심한 위반은 아니었다”고 인정했다. 위반이 심하지 않았는데 과징금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결국 마치 가격을 인상해놓고 대폭 할인해주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통상 과열경쟁의 바로미터는 번호이동 규모다. 2015년 693만, 2016년 705만, 2017년 701만, 2018년 566만, 2019년 580만 등 2012~2013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내려왔다. 올해에도 상반기 277만으로 작년 같은 기간 278만과 비슷했다.

김용일 담당관은 “앞으로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가 자주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사방식에 따라 최대 과징금 규모가 산정된 셈인데 앞으로 전체조사는 안하겠다고 하니 당분간 최대과징금 기록은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게 됐다.

방통위원들도 5G 활성화 차원에서 일정부분 불가피했다는 점을 인정했고, 이번 조사가 마케팅에서 열세였던 LG유플러스의 신고로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처음 책정된 933억원의 과징금은 지나치다는 것이 통신업계 반응이다. 결국, 상임위원들이 선심쓰듯 45%를 감경해주면서 이통사 입장에서는 최악을 피할 수 있었지만 전체 과정을 복기해보면 이통사나 방통위 모두 개운치 않았던 의사결정이었다.

단통법 위반을 놓고 방통위의 오락가락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최근에는 유통점 지원방안을 마련하면서 ‘이동전화 불공정행위 신고포상제도’의 신고포상금을 3분의 1 수준(최고포상금 현재 300만원→100만원)으로 낮췄다. 한편에서 보면 유통점 부담을 낮춰주는 것이지만 규제기관이 스스로 불법을 조장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었다. 해당 제도 취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방통위지만 유통점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로 제재를 완화했지만 이통사들에게는 최대 과징금으로 화답했다.

단통법 시행 이전에도 징계수위는 방통위원들의 자의적 해석에 의해 결정됐다. 단통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3년 12월에는 사상최대인 1064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바 있다. 그해 3월 53.1억원, 7월 669.6억원까지 포함하면 2013년에만 1800억원 가량의 과징금 폭탄을 때렸다.

반복되는 과열경쟁에 방통위는 과열을 주도한 통신사에게만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1064억원의 과징금 결정을 내렸던 당시에는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 사상최대 징계에 영업정지까지 때리는 것은 방통위 입장에서도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징계를 받았던 KT로서는 억울할만 했다. 여기에 때로는 조사결과와 시장결과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스스로의 조사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징계수위를 낮추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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