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규덕 캐논비즈니스솔루션 영업자문위원 인터뷰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전통(오프셋) 인쇄만 하던 분들은 인쇄시장이 침체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디지털인쇄까지 포함해 거시적 시각으로 보면 전체 인쇄산업은 매년 15~20%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곳은 단순한 전시·인쇄업장이 아닌 창업 인큐베이터라고 생각합니다.”

인쇄시장 메카로 불리는 충무로 인쇄골목은 한낮에도 지게차 이동소리와 각종 작업 소리로 소란스러웠다. 골목 제일 끝에 위치한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CKBS) 디지털인쇄기 전시장은 충무로 인쇄골목에서 ‘사랑방’ 역할을 한다. 박규덕 CKBS 영업자문위원<사진>은 인쇄업 종사자로 일하면서 창업 조언가, 교육자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디지털인쇄기 전시장에서 박규덕 자문위원을 만났다. 그는 1987년 삼성전자 PPC(복사기사업부)에서 근무하다 복사기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 1991년 한국제록스에 입사했다. 

제품 개발부터 엔지니어 교육을 맡았던 경험은 현재 다양한 사람들을 자문해주는 밑천이 됐다. 2015년 회사를 나와 인쇄업을 시작하며 여러 시행착오 끝에 캐논 복사기를 선택했다. 2018년부터 사업장을 CKBS 디지털전시장으로 옮기고 직원 교육·경영 노하우 등을 공유하고 있다.

◆ “성장 중인 디지털인쇄 시장…신사업 분야 많아져”

30년 이상 인쇄업에서 종사한 그는 자신있게 “지금도 인쇄업은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인쇄 점유율은 줄고 그 자리를 디지털인쇄가 채우며 시장이 커간다는 의미다. 기존 오프셋 방식은 필름판을 제작해 인쇄해야 했다. 똑같은 모양을 천·만 단위로 인쇄해야 비용이 충당된다. 반면 디지털인쇄는 매번 다른 모양으로 출력해도 금액적 부담이 적다. 필름판을 만들 필요 없이 PDF파일만 있으면 가능하기에 대응속도 또한 빠르다.

박 위원은 “디지털인쇄가 등장한 지는 오래됐지만 실질적으로 급성장한건 약 5~6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새로 넓혀진 사업 분야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건 독립출판이다. 개인이 책을 만들어 20~30권 소량으로 책을 출판할 수 있게 됐다. 출판사들 역시 재고를 쌓아놓지 않고 팔린 만큼 즉시 채워두는 POD(Publish On Demand)형식으로 바뀌었다. 주류 ‘처음처럼’이 ‘OO처럼’ 이벤트를 진행한 것처럼 기업들의 개인화 마케팅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놀이공원·콘서트 입장 시 팔에 두르는 띠와 마라톤 선수들이 몸에 부착하는 번호표도 디지털인쇄 발전의 산물이다. 각각 고유번호나 QR코드가 있어 대량주문이라 할지라도 동일한 모양만 찍는 오프셋 방식으론 불가능하다. 잘 끊어지지 않는 코팅용지, 환풍 되는 매질에도 프린트가 가능하다. 박 위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품 패키징, 개인화된 맞춤형 디자인 인쇄가 활성화될 것 같다”며 “특히 플라스틱보다 친환경 패키징 사용 기업들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20대 친구들도 한 달 교육받고 창업…월 1000만원 벌기도”

CKBS 디지털전시장은 충무로 인쇄골목과의 상생 및 시너지 효과를 위해 2018년 만들어졌다. 인쇄업 종사자들은 실제 캐논 디지털인쇄기 품질을 직접 보려 이곳을 방문한다. 박 위원은 같은 인쇄업 종사자로서 객관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잠잠했지만 조만간 이곳에서 세미나가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충무로 인쇄골목은 30~40년간 기존 인쇄 방식 중 한가지 공정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박 위원은 전시장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디지털인쇄 교육이나 새로운 인쇄기법을 알려준다. 기존 인쇄업자들은 실제 변화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 강의에선 30명의 사람이 찾았다. 공간제한으로 인원을 더 받지 못했다.

박 위원에게 자문을 받는 사람 중엔 20대 청년층도 꽤 많다. 소위 ‘복사기집 사장님’들이 모인 커뮤니티(카페)에서 박 위원에게 자문을 구하다 지역에서 서울 충무로까지 찾아온다. 박 위원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 많은데 그런 아이디어들이 소자본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인쇄를 배운 청년들은 군 장병들을 상대로 ‘연인증’을 제작해 판매하거나 연극을 보러온 관객들에게 그날 배우 스틸컷을 찍어 기념품을 제작한다. 창원에서 기계에 붙이는 안전관리 스티커를 지급하는 청년은 월 1000만원씩 번다. 영업능력과 함께 기계 보유번호·법령이 바뀔 때마다 필요한 스티커를 디지털인쇄로 신속히 제작한 결과다. 이런 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는게 박 위원 설명이다.

박 위원은 “경쟁자들을 키운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전체적인 산업 수준이 계속 향상되는 걸 보며 스스로도 어떤 공정을 찾아봐야겠다, 어떤 장비를 만들어야겠다 등 아이디어를 얻는다”며 “혼자 시장을 독점하기보단 여러 명이 경쟁하고, 그 과정에서 수준을 향상시키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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